이명박(77) 전 대통령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금융기관 인사 청탁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받아 전달한 혐의로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다음 주께 이 전 대통령을 포토라인에 세울 전망이다.
2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이날 오후 이 전무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다음날 오전 3시께까지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 중이다. 앞서 전날 오전에는 이 전무의 서울 한남동 주거지와 삼성전자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 전무가 모 인사에게서 금융기관 인사청탁과 함께 수억 원을 받아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이 재임 시기 이 돈을 받았다면 뇌물 수수 혐의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법원 판례상 대통령의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은 폭넓게 인정한다. 이 전 대통령은 이미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과 삼성전자 다스 미국 소송비 대납 의혹 등 뇌물 혐의를 받고 있다.
검사 출신인 이 전무는 이 전 대통령 장녀의 남편으로 2004년 삼성화재 법무담당을 맡았다. 2008년 삼성전자의 해외법무담당 상무를 지낸 뒤 현재 법무실 내 준법경영담당인 컴플라이언스 팀장으로 근무 중이다.
검찰은 이번주 이 전 대통령 친형이자 자동차부품업체 다스의 이상은 회장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다스 설립 경위와 실소유주 의혹은 물론 2011년 이 회장이 이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 씨에게 준 현금 6억 원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 직계 가족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때는 효율적인 조사를 위해 비공개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다음 주 이 전 대통령을 불러 조사한 뒤 구속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6·13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입후보자 공직 사퇴 기한인 다음 달 15일 전에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에 대한 방침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는 그러나 혐의의 중대성, 관련 피의자들과의 형평성 등에 비춰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과 공범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금고지기'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등은 이미 구속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