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장관급(위원장)부터 사무관까지 금융위원회 출신 인사들을 한 데 묶는 OB모임이 발족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금융위 OB들로 구성된 ‘금융동우회’가 창립 총회를 가졌다. 금융위 또는 금융감독위원회 시절부터 사무관 이상 직급으로 1년 이상 근무한 경력자는 모두 회원 대상으로 약 88명에 달한다. 첫 모임에는 40여명이 참석했다.
전직 금융위원장은 물론 현재 금융사·협회 수장인 원로들이 모임을 이끌었다. 제1대 금융위원장인 전광우 연세대 석좌교수와 제2대 금융위원장인 진동수 현 김앤장 고문(행시 17회), 제4대 금융위원장 신제윤 태평양 고문(24회) 등이다. 전 금융감독위원장 출신인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행시 15회),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23회),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27회),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28회) 등도 참석했다.
이외에도 금융위에서 로펌으로 이직한 이종구(김앤장)·김영모(태평양)·홍명종(율촌) 변호사와 현재 산업은행에서 PE·기업금융 업무를 맡고 있는 나형호·남성철 팀장 등이 참석했다. 이호형 IBK신용정보 대표, 김인 삼성화재 상무, 우상현 현대캐피탈 전무, 홍재문 은행연합회 전무 등 각계 현업에 재직 중인 인사들이 다수 모였다.
금융위는 기획재정부 등 정통 재무 관료조직에 비하면 비교적 역사가 짧고 인력도 적다. 그러나 조직 구성원 중 행정고시 출신 비중이 가장 높은 엘리트 조직이기도 하다. 특히 기업 구조조정과 부동산 대책, 카드·저축은행 사고 등 굵직한 사안들을 주도하면서 정국을 이끄는 핵심 조직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지난 정권의 경제 부문 비공개 회의체인 이른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가장 목소리를 낸 부처 역시 금융위였다. 당시 기획재정부장관, 산업부장관, 산업은행회장 등으로 구성된 회의에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 구조조정 사안을 주도했다. 당시 서별관회의는 경제부문 외에도 세월호 참사 등의 대처방안까지 논의해 논란이 될 정도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 들어 이러한 구조가 깨진 후로 금융위의 존재감이 예전만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최근 가상화폐 대책과 한국GM 구조조정 등 대형 사안에서 금융위는 전처럼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법무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밀려 후선을 맡는데 그치고 있다.
금융동우회의 첫 모임에서도 이 같은 아쉬움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직 금융위 관료는 “최근 여러 경제 현안에서 예전 금융위처럼 총대를 메고 책임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금융위 위상도 예전 같지 못하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다만 모임 자체는 어떤 대책이나 의견을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며 단순히 친목과 교류 차원”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단순 사모임이지만 쟁쟁한 인사들이 포진한 탓에 업계 민원창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금회(서강대 금융인 모임)’, ‘부금회(부산 출신 금융인 모임)’ 등의 친목 모임들이 금융권 인사나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