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상장사 임원 금지·테라노스 의결권 전부 박탈 등 고강도 처벌…“없는 기술 홍보해 투자자 기만”
혁신적인 혈액검사 기술을 자랑하면서 한때 ‘실리콘밸리의 신데렐라’로 칭송받았던 엘리자베스 홈스 테라노스 최고경영자(CEO)가 사기꾼으로 전락하게 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홈스에게 50만 달러(약 5억3225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10년간 상장사 경영자나 이사로 앉는 것을 금지하며 그가 소유한 테라노스 주식 약 1890만 주 반환과 의결권 포기 등 고강도 처벌을 내렸다고 1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테라노스는 이날 성명에서 “SEC 처분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며 “우리와 홈스도 (SEC가 지적한 부분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테라노스와 홈스는 SEC가 제기한 민사소송에는 합의했지만 여전히 샌프란시스코 검사가 주도하는 형사사건 수사에 직면해 있다. 수사관들은 테라노스 전 직원과 의사들을 상대로 광범위하게 수사를 벌이고 있다.
SEC는 홈스와 테라노스가 개발 기술 등에 대해 허위 정보를 제공해 투자자들을 기만하면서 2013~2015년에 7억 달러 이상을 조달했다고 지적했다. SEC 샌프란시스코 사무소 책임자인 지나 최는 “테라노스 사태는 실리콘밸리에 중요한 교훈이 될 것”이라며 “파괴적인 혁명을 주장하는 혁신가들은 투자자들에게 자신의 기술이 언젠가는 이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아니라 기술이 현재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진실을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홈스는 불과 19세의 나이에 테라노스를 창업했으며 자사 기술은 손끝에서 채취한 혈액 몇 방울로 암 등 수십 가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혈액검사에 혁명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에 투자자들이 열광하면서 홈스는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캐피털리스트인 팀 드레이퍼와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등이 테라노스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지난 2015년 홈스의 재산이 45억 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같은 해 홈스와 테라노스의 몰락도 시작됐다. WSJ가 테라노스의 부도덕성과 사기 행위를 폭로한 것이다. WSJ에 따르면 테라노스는 혈액검사 샘플 중 일부만을 자신의 기기로 검사했고 나머지는 다른 회사의 기기를 이용했다. 일부 테라노스 직원은 자사 기기의 정확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내부 고발했다. 포브스는 2016년 홈스의 재산을 ‘제로(0)’로 평가했다.
SEC는 2015년 WSJ의 문제 제기에 테라노스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당시 테라노스 기업가치는 9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받았고 홈스는 회사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했다.
그러나 사기 행위가 발각되면서 테라노스는 사실상 파산 직전의 상태에 있다고 WSJ는 전했다. 많은 투자자가 테라노스에 베팅한 돈을 모두 잃게 될 처지에 놓였다. 한때 테라노스 최대 주주였던 머독의 손실액은 1억 달러가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