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5대 당면과제로 양질의 일자리·보호무역주의 대응 등 꼽아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총재 연임 여부와 연관지어 예상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볼 때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다음달 1일 신임 총재가 부임하면 한 두 달 가량 적응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당분간 금리인상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실제 통화정책이 지금의 금리정책으로 바뀐 1999년 이후 현재까지 총재 교체기에 금리가 변경됐던 때는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총재 연임이 결정되면서 이같은 신임 총재 적응기가 사라지는 만큼 한은의 금리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했다.
이 총재는 각종 경제지표를 점검하고 미국 연준(Fed)의 통화정책 등을 보면서 신중히 판단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기준금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경기와 물가의 흐름, 금융안정 상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다음달에 경제전망 경로의 변화 여부를 다시 짚어보면서 신중히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지시각 21일 연준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개최될 예정이다. 그 결과에서 파악할 수 있는 향후 연준의 정책방향과 예상되는 영향도 가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다음달 금통위에서 새로운 경제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1월에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9%에서 3.0%로 상향조정한 반면, 소비자물가는 1.8%에서 1.7%로 하향수정했었다.
현재 한은(1.50%)과 연준(1.25~1.50%) 기준금리는 같은 수준이다. 최근 호전된 경기와 물가를 반영해 3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2007년 9월 이후 10년반만에 한·미 기준금리간 역전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자본유출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된다 하더라도 당분간은 외국인 증권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한 바 있다. 풍부한 외환보유액과 경상수지 흑자 등 대외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았었다.
한편 이 총재는 우리 경제가 직면한 5대 당면과제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에 대응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 △신성장동력 발굴·육성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생산성 향상 △저출산·고령화 문제 대응을 꼽았다. 제조업의 해외 이전이나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화 같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 구조적 요인이 고용창출을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2000년대 이후 잠재성장률 하락은 대부분 생산성 둔화에 따른 것이라고 추정했다. 무엇보다 초저출산, 급속한 고령화 등은 다른 나라들보다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구조개혁을 꼽았다. 기존 산업의 고도화, 신산업 육성, 규제 완화, 노동시장 효율성 제고, 기업구조조정 등을 일관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한은은 거시경제의 안정적 운영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통해 이같은 구조개혁의 원활한 추진을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