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균 정치경제부장
현재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강하게 밀어붙이는 보호무역도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아쇠를 당긴 무역전쟁이 우려되는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총구는 분명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이미 미국은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각각 25%, 1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대중국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규모는 전년보다 8% 늘어난 3752억 달러(약 400조 원)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정부를 향해 미국산 자동차, 항공기, 금융 서비스 등의 수입을 늘려 대중 무역적자 규모를 1000억 달러 축소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중국의 대미 흑자 규모는 더 늘어나는 모양새다. 올해 1∼2월 중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보다 26.6% 늘어난 694억 달러, 수입은 12.0% 증가한 265억 달러로 무역수지 흑자가 429억 달러로 확대됐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땐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규모는 4000억 달러(427조 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보호무역 조치도 더 거칠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 주에 최대 600억 달러(약 64조 원)에 달하는 중국산 기술·통신 분야 수입품에 관세 폭탄을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품목 대상도 지식재산권 침해 대상인 정보기술(IT) 분야뿐만 아니라 의류 등 100여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 내 중국 기업 투자 제한, 일부 중국인 비자 제한 조치 등도 검토하고 있다.
중국도 가만히 앉아 당하고 있을 리 만무하다. 미국 최대 채권국인 중국은 올해 1월 10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를 매각한 데 이어 항공기와 대두·수수 등 일부 농산물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 경우 양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할 공산이 크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인 G2(미국·중국)의 무역전쟁은 1930년 전 세계를 휩쓸었던 대공황의 직전 상황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제 31대 미국 대통령을 지낸 허버트 C. 후버(Herbert Clark Hoover)는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사업가 출신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으면서 보호무역 정책에서도 상당히 닮아 있다. 당시 후버 대통령은 2만 개가 넘는 수입품에 최대 59.1%까지 관세를 부과하는 ‘스무트 홀리(Smoot-Hawley)법’에 서명했다.
그러자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이 관세 인상 경쟁에 나서면서 보호무역은 심화했고, 무역전쟁은 격화했다. 이 여파로 국제무역 규모는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국가별로 보유한 외환은 금으로 바꿔 쌓으면서 금본위제도(金本位制度)도 순간 무너졌다. 대공황의 후폭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2차대전의 씨앗까지 잉태했다.
‘예정된 전쟁’의 저자인 그레이엄 앨리슨(Graham Allison)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 대결을 17번째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으로 보고 있다. 투키디데스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종전 패권 국가인 스파르타와 신흥세력인 아테네의 갈등 구조를 설명하면서 사용했던 개념이다. 분명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향한 보호무역 조치에는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정치적인 목적이 다분하지만, 다른 이면에는 중국과 세계경제 패권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으로 판단된다.
경제위기론의 대가인 찰스 킨들버거(C.P.Kindleberger)는 그의 저서 ‘대공황의 세계 1929~1939’에서 세계 대공황이 발발한 이유를 당시 패권 경쟁을 벌이던 영국과 미국이 모두 세계경제 안정에 필요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지금 미국과 중국 간 패권 싸움과 흡사하다.
G2 간의 무역전쟁이 자칫 세계경제를 혼돈에 빠트렸던 대공황의 역사를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