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1월 17일 오후 자신의 사무실에서 검찰의 특수활동비 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회견장에 나올 때 ‘수도선부(水到船浮)’라고 쓴 액자가 카메라에 잡혔다. ‘대통령 이명박’이라는 관지(款識)로 보아 이 전 대통령 본인이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날 이후, 이 화면이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한 뉴스를 방송할 때 자료화면으로 많이 사용되면서 액자 ‘水到船浮’는 대부분의 국민들 눈에 익게 되었다. ‘물 수(水), 이를 도(到), 배 선(船), 뜰 부(浮)’로 이루어진 ‘水到船浮’는 “물이 차면 배는 떠오른다”는 뜻이다. 남송 때의 성리학자 주희(朱熹)와 그의 학생들 사이에 오간 문답을 모아 편찬한 ‘주자어류(朱子語類)’ 권117에 나오는 말이다.
주희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라. 순리대로 하나씩 이루다 보면 천만 가지 일도 다 이룰 수 있으니, 순리란 바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뜨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라는 취지로 이 ‘水到船浮’라는 말을 하였다.
본인이 직접 써서 벽에 걸어 둔 것을 보면 이 전 대통령은 이 말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2013년 신년사에서도 ‘水到船浮’를 언급했고, 그해 2월 임기를 마치며 국립현충원을 참배했을 때 방명록에도 ‘水到船浮’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이 ‘水到船浮’라는 말을 어떤 뜻으로 이해하고 있을까? 물론 주희가 사용했던 바와 같이 ‘순리를 따르자’는 좋은 의미로 이해하고 자신에게는 그런 좋은 일만 있을 것으로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水到船浮’에 담긴 ‘순리’라는 의미는 곧 ‘사필귀정(事必歸正)’을 뜻한다. ‘事必歸正’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뜻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심은 대로 거둘 것이니 이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내려지는 판결이나 국민 여론을 ‘水到船浮’의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