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서 저커버그 의회 출석 요구…벌금 등 규제 구체화할 듯
이날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가디언은 내부 고발자 증언을 토대로 페이스북이 지난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과 관련된 데이터 회사에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에 뉴욕증시에서 페이스북의 주가는 전일 대비 6.77% 급락했으며 약 350억 달러(약 37조5900억 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증발했다.
보도에 따르면 2014년 페이스북은 알렉산드르 코건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심리학 교수에게 그가 개발한 앱을 통해 페이스북 사용자의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코건 교수는 거기서 얻은 약 27만 명의 개인 취향과 행동에 관한 정보를 영국 데이터 분석회사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CA)에 전달했다. 코건 교수가 자신의 앱 이용자를 대상으로 정보를 획득한 것은 페이스북과의 계약에 따른 것으로 합법이지만 획득한 정보를 허가 없이 제 3자에게 건네는 것은 금지돼 있다. 코건 교수는 앱을 다운로드한 27만 명뿐만 아니라 이들과 친구를 맺은 사람까지 합해 5000만 명 이상의 개인정보를 CA에 넘겼다.
CA는 코건 교수를 통해 얻은 페이스북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토대로 트럼프 캠프에 유권자 성향을 분석한 자료를 제공했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가 이 회사의 이사로 재직했다. 페이스북은 보도가 나오기 직전인 16일 밤 CA 계정을 차단했으며 CA는 대선 이전에 페이스북으로부터 받은 데이터를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영국 의회는 즉각 반응했다. 영국에서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를 의회에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에서도 저커버그 CEO가 의회에 출석해 해명해야 할 사안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에이미 클로부처 미 상원의원은 “페이스북과 CA는 우리에게 믿어달라고 하지만 미국인 50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용된 것이라면 저커버그가 상원에 출석해 해명해야 할 사안”이라면서 “유출된 개인정보가 정치광고나 선거조작에 악용된 것은 아닌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IT기업의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논란은 이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 IT기업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구체화할 전망이다. 론 위든 미 상원의원은 페이스북에 개인정보보호 정책 제출을 요구했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이번 유출 사건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향후 데이터 유출을 막기 위한 법안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토니오 타자니 유럽의회 의장은 “페이스북 사용자 정보의 오용은 우리 시민들의 프라이버시 권리를 위반하는 용인할 수 없는 행위”라면서 “유럽의회는 디지털 플랫폼을 충분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IT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데이터를 토대로 거액의 광고 수익을 얻었던 페이스북의 경영에 큰 타격이 된다. 브라이언 위저 피보탈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이번 사건은 이미 규제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페이스북에 시스템적인 문제가 있다는 증거”라고 언급했다. 그는 “규제가 심화되면 제 3자의 정보수집이 제약돼 페이스북의 광고주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도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을 계기로 규제 당국들이 거대 IT기업을 어떻게 단속할 것인지 지켜보고 있다.
관련 규제와 처벌이 강화되면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했을 경우 페이스북은 막대한 타격을 보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연합(EU)이 정보 유출에 대해 전 세계 매출의 4% 또는 2000만 유로(약 264억2800만 원) 중 더 큰 금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새로운 개인정보보호 규정을 도입하기 직전이라면서 만약 이 규정이 적용됐다면 페이스북은 이번 정보유출로 영향을 받은 사용자 당 4만 달러의 벌금을 냈어야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