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자율주행차가 보행자 사망사고를 낸 가운데 일본 토요타가 미국에서 진행해온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토요타는 완성차 메이커 가운데 고도화 자율주행 단계(레벨4)에 먼저 접어든 선두 주자로 꼽힌다. 이번 토요타의 결정이 다른 후발 기업의 시험운행 중단으로 이어질 경우 자율차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요동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둔 토요타 자율주행 연구소는 20일(현지시각) “(우버 자율주행차의)보행자 사망 사건이 우리 연구원들에게 감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운전자가 탑승한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우버 역시 사고 직후 미국과 캐나다에서 추진해온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우버와 함께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계획해온 토요타의 이번 결정은 연구원들의 심리적 동요를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동시에 완성차 업계의 동종 개발 및 연구계획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18일 저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시험운행 중이던 우버 자율주행차가 자전거를 타고 길을 건너던 여성 보행자를 치었고, 이 여성은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현재 자율주행차의 고도화 정도는 총 5단계다. 레벨5는 운전자 개입없이 목적지까지 달리고 주차까지 마치는 완전 자율주행이다. 구글과 애플이 이 단계에서 시험 운행 중이다. 그 아래 단계인 레벨4는 고도화 자율주행으로 일본 토요타와 한국의 현대차가 이 단계다. 사고를 낸 우버 자율주행 시험차도 여기에 속한다.
이번 우버 사고가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온 이유는 사고의 양상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제껏 자율차 사고는 접촉 및 충돌사고에 국한됐다. 사망사고는 오토 파일럿을 이용하던 테슬라 운전자가 유일했다. 반면 이번 사고는 자율차와 관계없는 ‘일반 보행자 사고’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예견돼 왔던 자율주행차의 윤리적 문제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예컨대 보행자가 갑자기 도로에 뛰어들 경우 일반 운전자는 재빨리 핸들을 꺾어 충돌을 피한다. 이 경우 불가피하게 중앙선을 침범할 수밖에 없다. 반면 자율차는 중앙선 침범을 포함한 법규위반 자체를 금기시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물리적 제동거리만으로 보행자와 충돌을 피해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번 사고로 인해 자율주행차 개발에 더 많은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연구개발의 위축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공존하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퍼스트 무버(우버, 토요타)의 사망사고와 시험운행 중단이 패스트 팔로워(현대차, 폭스바겐, BMW 등)들을 빠르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IT업계 자율주행차 연구원은 “현재 레벨4 수준이면 ‘중앙선 오버런(침범)’ 활성화와 비활성화를 선택할 수 있지만 법규 안에서 권장사항이 아니다”며 “보행자를 살려야 하는지, 중앙선을 지키며 운전자를 살려야하는지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