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을 열흘 앞에 두고 서울 아파트값의 향후 움직임에 대해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력한 양도세 부과 정책이 시행된 2004년처럼 아파트값이 당분간 주춤했다가 다시 폭등으로 이어지는 V형 장세가 재현될지도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4월 1일 양도세 중과에 앞서 시장은 분주한 대비 태세를 보였다.
정부는 지난해 8월 8·2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며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양도소득세를 중과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을 배제하기로 했다. 현행 양도세 기본세율은 양도차익에 따라 6~40%까지 적용된다. 이에 2주택자는 10%p, 3주택자 이상은 20%p 세율이 더해진다.
때문에 올 들어 다주택자가 매도, 증여, 임대사업자 등록 등의 방법으로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는 흐름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1~2월 아파트 매매량은 2만1167건으로 전년 동기인 9141건보다 132%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 증여량 또한 1~2월 217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7% 늘었다. 같은 기간 전국에서 임대주택사업자에 등록한 개인은 1만8512명으로 전년 동기의 2.5배가량 수준이다.
다만 양도세가 중과돼 정부의 취지대로 아파트값 안정화가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실제 2004년에도 양도세 중과가 시행됐지만 불과 1년 만에 주춤했던 아파트값이 다시 폭등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는 집값 안정화 취지로 2004년 1월 1일부터 3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율을 60%로 올렸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그해 1.0% 하락했던 서울 아파트값은 이듬해 10.4%, 그다음 해 25.1% 급등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2004년 아파트값이 하락한 배경에는 양도세 중과보다 주택거래신고제 도입 영향이 더 컸다”며 “현재는 갭투자같은 당시에 없던 변수가 생겨서 시장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파트값 안정화 흐름이 양도세 중과 이후 단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데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인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매매시장은 최근 가격 상승세 둔화, 거래 소강상태라 당분간 이 분위기로 흘러갈 것”이라며 “다만 분양시장의 서울 선호현상을 고려할 때 재고 주택 매매가격의 큰 조정은 없을 것이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