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회사의 명운을 걸고 주도적으로 추진해 온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 설립이 임박했다. 키를 쥐고 있었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조건부 승인’ 의견을 전달한 데 따른 것이다. 국토부는 검토 후 조속히 승인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형 항공사간 조인트벤처 설립은 국내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22일 항공업계와 국토부, 공정위 등에 따르면 최근 국토부는 공정위로부터 대한항공과 델타항공 간 조인트벤처협정에 대한 사전협의 결과를 전달받았다. 공정위가 검토에 들어간지 무려 8개월 만으로 공정위는 ‘조건부 승인’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검토를 거쳐 이르면 이달 안에 최종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승인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있다.
대한항공 측은 “아직 국토부로터 공식결과를 전달 받은 것이 아닌 만큼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면서도 “양사 간 조인트 벤처 협력은 소비자 혜택을 증진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내 항공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의 조인트 벤처 JV는 좌석 일부를 공유하는 기존 ‘코드셰어(공동운항)’나 마일리지 및 라운지를 공유하는 ‘항공 동맹(얼라이언스)’에서 한발 더 나아가 두 회사가 노선을 같이 쓰고 수익·비용을 공유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인수·합병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수준의 협력 단계다.
JV가 출범하면 양사 고객은 운항 스케줄·노선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서비스 혜택 역시 확대된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양사는 미주 내 290여개 도시와 아시아 내 80여개 도시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기존보다 효율적인 비행계획(스케줄)을 수립할 계획이다
반면 독과점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 의견을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 에 나선 것은 양사의 JV설립이 국내 항공산업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JV설립으로 우리나라를 경유하는 환승 수요가 늘어나 인천공항이 동북아 핵심 허브 공항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또한 글로벌 항공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항공사들 간 JV설립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국토부 최종 승인이 나면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올 상반기 출범을 목표로 조인트 벤처 시행을 위한 세부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양사는 JV를 통해 △태평양 노선에서의 공동운항 확대 △아시아와 미국 시장에서 공동 판매 ·마케팅 확대 △마일리지 서비스 혜택 강화 △여객기 화물 탑재 공간을 이용한 항공화물 협력 강화 등을 시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