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행유예 후 첫 행보로 지난주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지난달 5일 집행유예 후 석방된 지 45일 만의 첫 공식일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25일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창립 80주년 기념일인 22일 유럽으로 출국했다”며 “신성장 동력 확보 및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와 미팅을 하기 위한 출장이며 미팅 대상자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지멘스, BMW, 폭스바겐 등 삼성전자와 거래하고 있거나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글로벌 기업 CEO(최고경영자) 등을 만나 사업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4월 사외이사에서 물러난 글로벌 자동차회사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지주사 엑소르그룹 경영진과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출장길에 오르면서 그간 멈춰있던 삼성의 대형 M&A 활동에 활기가 띌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면서 경영 전면에 나선 이 부회장은 실용주의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뛰며 대규모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 등 정보통신기술(ITC) 업계 및 글로벌 자동차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다양한 M&A로 미래 먹거리 사업을 육성해 왔다.
2015년 2월 마그네틱 결제 기술을 보유한 ‘루프페이’를 인수해 삼성페이의 성공을 이끌었고, 2016년 10월에는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업체 ‘비브랩스’를 인수해 빅스비를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자동차 전장 장비업체인 하만을 인수한 뒤로부터는 굵직한 M&A가 실종된 상황이었다.
특히 실적의 반도체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깊었으나, 그간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로 인해 대형 M&A에 대한 결단의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길 행보는 경영 일선 복귀 신호탄으로‘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팀과 함께 글로벌 대형 M&A를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복귀 후 첫번째 M&A는 자동차 전장부품 업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전장 사업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점찍은 차세대 먹거리 사업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특대형 M&A를 통해 신성장동력으로 삼을 여지가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앞서 인수설이 나왔던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전장부품 자회사 ‘마그네티 마렐리’나 독일의 전장기업, 자율주행 관련 유망 스타트업 인수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미국 삼성전략혁신센터 산하에 3억 달러(약 3300억 원) 규모의 ‘오토모티브 혁신펀드’를 조성하고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또 지난해 말 전장사업팀의 새 수장에 노희찬 삼성전자 사장(CFO·최고재무책임자)을 선임, 조직의 규모를 확대하는 등 전사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전략혁신센터장인 손영권 사장은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젠 반도체만으론 안 된다”며 “앞으로 삼성전자의 여정은 자동차 전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자동차 전장은 차량에 들어가는 IT장치로 종류가 수백여 개에 달한다. 자동차 산업이 빠르게 IT와 융합하면서 시장이 넓고 성장 가능성이 큰 업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