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1분기 깜짝 실적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 호조가 큰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가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하려면 디스플레이 부진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반도체가 선전한 것이 확실시된다. 먼저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무려 11조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작년 4분기 반도체 부문이 거둔 10조9000억 원을 넘어선 규모다.
1분기는 반도체 업계에서 계절적인 비수기로 꼽히고, 지난해에는 메모리반도체의 호황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메모리 공급 부족과 수요 증가 현상은 1분기도 지속됐다. 특히 서버용 D램이 효자였다. 글로벌 IT기업들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상반기까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서버용 D램 가격(DDR4 16GB RDIMM 기준)은 올 1월 159달러에서 2월 말 161달러로 올 들어 두달새 가격 상승폭이 1.9%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서버용 D램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46.2%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서버용 D램 수요 증가에 대한 수혜를 입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낸드플래시의 가격 하락도 예상보다 느린 속도로 진행 중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부문의 영업이익도 갤럭시S9 신제품 출시에 따른 평균판매단가(ASP) 상승과 물량 증가에 따른 가동률 상승 등으로 신제품 출시가 없었던 지난해 1분기 보다 나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판매는 기대치보다 낮았지만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판매가 늘어 전작과 비슷한 수준의 판매를 기록했다는 분석이다.
가전 사업을 이끌고 있는 CE부문은 전통적인 TV 판매 비수기 영향으로 42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VD사업부에서 예년보다 적은 3000억 원에 가까운 이익을 냈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디스플레이 부문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독점 공급한 애플 아이폰X 판매 부진과 중국발 액정표시장치(LCD) 가격 하락 영향 등 악재가 겹치면서,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 대비 1조1000억 원 가량이 빠진 3100억 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아이폰X의 판매량이 낮아 OLED의 부진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1분기 아이폰X OLED 패널 출하량은 지난해 4분기 대비 60% 하락한 1500만대로 추산된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은 기존 예상 대비 반도체 부문이 선전한 결과로 보이며, 스마트폰 역시 갤럭시S9의 초기 출하와 마케팅 비용 감축 등의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 부문의 추가 개선과 디스플레이 부문의 회복, 계절성이 회복되는 가전 부문에 기반해 2분기도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