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수컷 죽으며 남한서 멸종위기 번식 노력 끝에 2015년 자연방사 성공 남북회담때 “황새 한 쌍 기증” 제안서 생태계 살리는 것은 인간을 살리는 일 ‘황새통일’로 ‘평화·공존의 길’ 찾기를
4월 27일 역사적 남북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리는 등 남북이 새로운 대화 시대로 접어드는 것을 계기로 ‘황새 남북통일’을 지향하는 기획이다. 그가 이런 생각을 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대좌하는 것을 계기로 ‘문화재 제자리찾기’ 단체 등이 북한의 백두산 호랑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땅의 길짐승 호랑이에 대한 답례로 하늘의 날짐승 황새를 주자는 것이다.
박 교수를 만나 ‘황새 남북통일’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남북이 만나면 함께 부르는 노래 ‘우리의 소원’이 통일이라면 박 교수의 소원이자 숙원은 황새 통일이다.
-황새를 북한에 보낸 적이 없었나요?
“남한의 황새복원연구팀은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한국교원대에서 84마리를 사육 관리해왔습니다. 이 중 60마리는 2015년 충남 예산군의 과거 황새 번식지로 옮겨 현재 야생 복귀 중입니다. 24마리가 이미 야생으로 복귀했는데, 위치가 파악되지 않는 6마리는 북한으로 날아간 걸로 추정되지만 남과 북의 전파시스템이 전혀 달라 위치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황새를 살리는 것은 남과 북이 협력할 때 가능한 일입니다.”
-북한의 황새는 지금 어떤 상황인가요?
“황새는 북한에서도 천연기념물이자 국제적 멸종위기 1급 보호조류이지만, 6·25 이후 완전 멸종된 채 사육 상태의 개체도 전무한 실정입니다. 저희 연구팀은 2016년 국제학술지에 북한의 과거 황새 번식지 복원 전략에 대해 논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북한의 조류학자들도 북한의 황새 야생 복귀에 대한 공감대가 높습니다.”
-황새 보내기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할 생각입니까?
“정부당국의 검토와 인가가 나면 연구팀이 북한을 방문해 사육장 점검부터 해야겠지요. 일단 평양의 동물원이 되지 않을까 하는데, 사육 여건을 면밀히 살핀 뒤 육로를 통해 북으로 직접 이송해 황새 사육 방법과 야생 복귀 전략을 북의 조류전문가들과 협의할 생각입니다. 야생 복귀는 그다음 일입니다. 북한도 우리처럼 황해도의 연백 평산 등 과거 황새 번식지 복원에 나설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육부터 황새 번식지 복원까지는 오랜 기간이 걸리겠군요.
“그렇습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리의 경우 1971년에 충북 음성군 생극면 관성리에서 수컷이 총에 맞아 죽은 뒤 ‘과부황새’로 알려진 암컷마저 1994년 서울대공원에서 죽어 개체가 전무한 실정이었습니다. 결국 1996년 독일과 러시아로부터 새끼 한 쌍을 들여와 황새 복원을 시작했고, 충남 예산군과 함께 2015년부터 황새의 자연 방사 작업을 해왔으니 40년이 넘은 셈입니다.”
황새 도입을 계기로 황새복원연구센터가 설립된 것은 1996년. 3년 뒤 일본에서 수정란 3개를 수입해 새끼 두 마리 인공 부화에 성공한 데 이어 2002년 첫 인공 번식(두 마리), 2003년 자연 번식 성공(한 마리), 2008년 대리모에 의한 번식 등 성과를 거두어왔다.
-한반도 황새 살리기를 위한 국제 행사도 기획하고 있다던데.
“남북은 물론 러시아, 중국, 일본이 참여하는 국제 학술행사를 황새가 서식하기 알맞고 민통선에서 가까운 경기도 파주에서 열고 싶습니다. 2009년 충남 예산에서 옛 번식지 복원을 위한 한·중·일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한 바 있는데, 이를 더 확대하는 것이지요. 그곳에서 황새 방사식(放飼式)도 하고요.”
“그것은 멸종된 동물을 복원해 이 땅에 살게 하겠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자연이 살고, 나라가 살고, 우리가 잘 사는 길이지요. 생물은 그 자체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존재가 아니라고 할지 몰라도 인간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농업경제도 활성화하는 효과가 큽니다. 사람도 생태계의 한 구성원인데 한 개체의 멸종은 100년, 200년 후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옵니다. 황새의 멸종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넘어 우리 사회의 문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의 삶에 부메랑이 돼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칩니다. 황새를 살리는 것은 결국 인간을 살리는 일입니다.”
서식지를 조성하고 생태계 변화를 점검하는 한편 교환과 연구, 근친과 유전적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건강한 짝짓기에 주력해야 한다. 그의 바람은 앞으로 지속적인 황새 살리기를 위해 황새재단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다. 국제두루미재단처럼 한 종(種)의 보전 복원과 번식을 위한 활동을 체계적으로 벌이는 것이 부럽다는 이야기. 일본만 해도 황새 연구진이 10여 명 넘고 국가적 지원도 양호하다. 우리보다 10년 이른 2005년에 야생 복귀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다른 부문도 마찬가지이지만 후속 활동이 잘 추진되지 않는다. 후계자 양성도 어려운 일이지만 선구적 작업을 해온 사람들의 노력과 활동을 잘 인정해주지 않는 풍토가 큰 문제다. 정부든 지자체든 대학이든 우두머리나 담당자가 바뀌면 일이 잘 이어지지 않는다. 예산황새공원에는 지금 대표자도 없다. 황새 복원사업을 해야 할 곳에 동물원을 조성한다거나 황새 서식지 인근에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조성하려 추진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는 충남 예산군 대술면 황새 번식지 인근 15만㎡ 규모의 부지에 산업폐기물 매립장 조성이 추진되자 지난 2월 청와대 앞에서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문제다.
은퇴 후 박 교수는 예산황새공원(충남 예산군 광시면) 인근에 사무실을 얻어 변함없이 황새 복원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교원대에서 고별 강연을 했던데, 그때 강연 제목이 ‘황새를 부탁해’였더군요.
“그렇습니다. 지금도 저는 그 말을 계속 하고 있는 중입니다. 황새를 부탁합니다. 앞으로 제가 아니라 누구라도 황새 살리기 사업을 계속해야 합니다. 황새는 남한에만 살아야 하는 게 아닙니다. 황새가 자유로이 남북을 오가고 우리 인간과 함께 평화롭고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저는 지향하고 있습니다.” 주필 fusedtree@
수채화가 박시룡
박 교수는 정년퇴직을 앞둔 2016년 말,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황새와 자연을 주제로 수채화전을 열었다. 그림 그리기는 40여 년간 품어온 버킷 리스트 중 하나다.
그가 유학한 독일 본(Bonn)은 흐린 날이 많아 더 외로웠다고 한다. 그래서 가끔 스케치를 했는데, 독일 화가 에밀 놀데(1867~1956)의 수채화를 보며 솜씨를 키웠다. 그림을 팔아 학비를 벌 정도였으니 타고난 재능이 있었던 셈이다. 원래 박쥐를 연구했던 그는 독일에서 흡혈박쥐 연구로 박사학위를 딴 사람이다. 유럽 박쥐학회가 열렸을 때 전시한 박쥐 그림 30점이 다 팔렸다고 한다.
귀국한 이후 황새 연구로 길을 잡은 그가 황새 그림을 꾸준히 그리는 것은 황새 살리기 홍보를 위해서다. 컵이나 텀블러, 홍보용 티셔츠 등에 직접 황새를 그려 넣었고 틈틈이 연습한 글씨 디자인도 다양한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린 100여 점은 질소 처리돼 정년퇴직 고별 강연 후 타임캡슐에 저장했다. 100년 후인 2096년에 개봉토록 했다. 그때는 이 땅에 황새가 자유자재로 서식하며 날아다닐 수 있을까.
◆박시룡 약력
1952년 전북 전주 출생. 대전고, 경희대 생물학과 졸.
독일 본대학 이학박사(동물행동생태 전공).
한국 교원대 생물교육과 교수, 한국황새생태연구원장 역임.
근정훈장 수훈, 저서 ‘황새, 자연에 날다’, ‘동물행동학의 이해’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