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회계법인으로는 삼성증권 사고 못 잡습니다.”
최종만 신한회계법인 대표는 10일 이투데이와 만나 회계법인 대형화 필요성에 대해 최근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단순히 대형 회계법인이 여러모로 ‘믿을 만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감사 대상 회사의 시스템 수준은 점점 고도화·전문화 되며 중요 정보가 숨기 쉬운 데 비해 회계법인은 이를 들여다볼 수 있는 IT인프라 수준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이는 최 대표가 직접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이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모 저축은행은 500만~1000만 원 수준의 개인 소액대출 수만 건을 허위로 일으켰으나 당시 감사인이었던 신한회계는 이를 적발하지 못했다. 소규모 대출 건까지 일일이 회계사가 조회하기 어려워 ‘소극적 조회’ 정도로 갈음하는 것이 그간 관례이자 법상으로도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기업은 감사의 허점을 악용하고 우회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는데 회계법인이 이를 따라잡을 수 있는 투자를 해야 한다”며 “작은 규모 회계법인에서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2020년부터 시행될 외감법 개정안이 그간 무한경쟁 속에서 발전 없이 감사보수만 낮추던 회계업계 풍토를 바로잡을 바른 방향이라고 보고 있다. 상장사 감사를 할 수 있는 회계법인 기준을 까다롭게 해 대형화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삼일·삼정·안진·한영 대형 회계법인 4곳이 주도하는 현재 시스템은 굉장히 위험하다”며 “대형 감사인 선임을 선호하는 금융회사나 대기업들이 모두 ‘빅 4’에 몰려 있어 오히려 사고가 집중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은행이나 일부 대기업은 내부 의사결정 구조상 대형 회계법인에만 감사를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형회계법인이 낮은 보수로 감사업무를 수행해주고 계약기간이 끝나면 고가의 각종 용역을 얻어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소 회계법인들은 끊임없이 감사보수를 낮춰가며 일감을 따내려 애쓰는 상황이다.
최 대표는 현재 170개 수준인 회계법인 수를 30~40개로 줄이면서 회계법인을 대형화하고 로컬 회사들을 육성하는 것을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꼽았다. 그는 “감독당국에서 상장사 감사인 배정 시 회계법인의 조직화 수준을 더욱 고려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며 “세계 어디에도 한국 정도 규모의 감사 시장에 170개 회계법인이 난립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