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1부 차장
프로 데뷔 초, 일부 언론이 그의 이름을 ‘유현진’으로 표기하자 소속 구단을 통해 ‘류현진’임을 강조하기도 했지요. 한화 이글스에서 등번호 99번을 단 투수는 류현진이 유일하고, 그 스스로 하나의 고유명사인 자기 이름을 ‘류’로 정했으니, 우리는 응당 그를 ‘류현진’으로 부르고 기억하는 게 맞습니다.
자동차산업에도 수많은 고유명사가 존재합니다. 1980년대 중반, 자동차산업 합리화 조치가 해제된 이후 우리는 수출 시장을 확대하며 산업 활성화에 나섰습니다. 동시에 우리 자동차 시장도 점진적으로 개방했지요. 이때 부품과 소비재 시장까지 다양한 다국적 기업이 우리나라에 진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회사와 제품 이름도 등장했습니다. 다국적 기업이 글로벌 시장 곳곳에서 쉽게 부르고 쓰일 수 있는 이름을 찾다 보니 일부에선 국적 없는 이름을 쓰기도 했습니다.
예컨대 미국 타이어기업인 ‘Good Year’사(社)의 한글 표기는 ‘굿이어’가 맞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상표 등록과 브랜드 마케팅 때 ‘굳이어’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데요. 한글맞춤법 개정안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ㄷ’은 외래어 받침으로 쓸 수 없는 자음입니다. 아침 인사 ‘굿모닝’을 ‘굳모닝’으로 쓰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미국의 오래된 자동차 브랜드 Jeep 역시 ‘지프’로 쓰는 게 외래어 표기법에 맞습니다. 한때 이 차를 수입해온 ‘다임러크라이슬러’ 한국지사가 ‘짚’이라는, 외래어 표기법에 없는 이름을 쓰기도 했습니다. 여러 언론과 한글학회가 지적했지만, “브랜드 명은 고유 권한”이라며 고집을 피우기도 했지요.
다행히 최근 피아트와 크라이슬러가 합병해 FCA코리아가 출범했고, 이들은 외래어 표기법을 충직하게 따라 한글명을 ‘지프’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차를 판매하는 해당 국가의 언어와 문자 표기법을 따른 좋은 사례입니다.
국산차라고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다. 현대차 엑센트(Accent)의 올바른 외래어 표기는 ‘악센트’가 맞지만 회사는 단종 직전까지 ‘엑센트’라고 고집했습니다. 아마 ‘엑셀(Excel)’의 후속이라는 편견이 가득했던 모양입니다.
심지어 차 이름 자체가 오락가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대차는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국제모터쇼에 콤팩트SUV 코나(KONA)를 선보였습니다. ‘ENCINO(엔시노: 美 캘리포니아 지명)’라는 현지 이름을 앞세워 출시를 예고했었지요. 그런데 6개월여가 지난 뒤 관련 보도자료에 등장한 이름은 ‘엔씨노’였습니다. 이후 현대차 자료와 여러 언론 보도에서 엔시노와 엔씨노가 혼용되는 상황입니다.
차 이름은 자동차 회사의 고유 권한입니다. 다만 ‘보도자료’가 배포될 때마다 차 이름 표기가 바뀌고 있다면 ‘현대자동차’라는 메이커 자체의 신뢰도 하락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현대차는 “어차피 우리나라도 아닌 중국에서만 팔리는 모델”이라고 해명합니다. 그렇다고 오락가락 정신없는 당신들의 행태가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