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비핵화가 현실화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결정적 요인이었던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면 국내 증시 매력도는 더욱 높아지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도 다시 몰려들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은 이미 북핵 문제 해결 가능성을 서서히 반영 중”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3월 악재 딛고 4월 봄날 기대했지만…미국발 금리 상승이 복병 = 4월에 접어들면서 3월 증시에 타격을 줬던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 전면전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이유로 회복세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지수가 급락했던 3월과 달리 4월에는 다시 반등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는 분위기였다. 이처럼 3월보다 더욱 반등 흐름을 보이일 것이란 기대감에 4월 코스피지수는 2590~2600선까지 움직일 것으로 예상됐다.
예상대로 4월 코스피지수는 서서히 2500선까지 다가갔다. 하지만 막판에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라는 암초를 만나며 2500선 탈환에 실패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3%를 넘어선 데 이어, 다음 날 3.02%로 마감하면서 3%대에 안착했다. 이 여파로 코스피지수는 나흘 만에 160포인트 넘게 빠지며 한때 2400선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에 미국발 ‘국채 금리 충격파’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고, 실제로도 코스피지수는 닷새 만에 상승세로 갈아타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이제는 11년 만에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내달 열릴 예정인 북미정상회담에 따른 증시 훈풍 기대감이 서서히 반영되는 모습이다. 다만, 미국 장기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충격 여파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이 최대 막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5월 증시 변동성 크지만…2500선 안착 가능”= 5월은 그 어느 때보다 변동성이 큰 시기가 될 전망이다.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 결과, 원·달러 환율 움직임 등 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는 현재 이익 전망치가 절대적으로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북핵 리스크라는 부정적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단순한 호재로만 판단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서동필 BNK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남북과 미국 간 정치 및 외교적 분위기 개선이 국내 증시의 저평가를 얼마나 해소해줄 수 있을지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결과가 긍정적으로 도출되면 외국인의 바이코리아에 유효하겠지만, 북미 회담 결렬 또는 의견 불일치라는 잠재적 위험요인 역시 도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압승 견제 차원에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적극 표명할 가능성이 높고, 최악을 벗어나고 있는 실적 전망에 따라 1분기보다 시장 분위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통상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는 원화 강세는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가능성으로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화 교보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 분쟁 우려 완화로 위험 선호 심리가 재개되면서 위안화를 포함한 아시아 통화 강세가 예상되며, 원달러 환율은 하락 압력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 연구원은 “남북정상회담 기대감이 선반영되어 있고, 북미정상회담이 5월 말로 예상되는 만큼, 1050원 선 아래로는 내려가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수 전문가들은 이런 다양한 변수를 감안, 5월 코스피지수는 적어도 2500포인트선에 안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 상승 여부 관건…정유 ‘다소 맑음’·화학 ‘약간 흐림’ = 타이트한 원유 수급과 지정학적 리스크 상승으로 유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70달러를 바라보고 있으며, 브렌트유는 74달러 가까이 상승했다. 유가는 5월 중, 이란 핵협상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강세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돼, 5월이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유가 움직임에 따라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대표적 산업으로 정유와 화학분야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정유업계의 경우 유가 강세는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나,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이다. 유가가 상승하면 관련 제품 가격도 오르는 래깅 효과가 증가하고, 재고 평가 이익이 증가하기 때문에 정유사 입장에서 좋지만, 지속적으로 유가가 올라가면 수요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유가 상승 기저에는 석유 수요 강세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단기간에 수요가 악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반면, 화학업계는 유가 상승이 마냥 달갑지만는 않다. 예상보다 빠른 유가 상승은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원재료 가격을 제품 가격에 전가할 수 있어 원가 부담감을 덜 수 있다. 특히 2차 전지 사업은 유가가 상승하면 가치가 부각할 수 있다. 고유가로 인한 전기차(EV)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진다는 의미다. 강동진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같은 이유로 LG화학과 롯데케미칼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라며 “특히 EV 배터리에 강점이 있는 LG화학의 주가 흐름이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