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돈을 받아 김대중 전 대통령 뒷조사에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현동(62) 전 국세청장이 첫 공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 부장판사)는 30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과 국고손실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 전 청장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이 전 청장 측 변호인은 "국세청장으로 재직할 당시 국제조세관리관 박모 씨를 통해 김 전 대통령 해외 재산 관련 정보를 수집해 국정원에 제공하도록 승인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이 외에 나머지 혐의는 부인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전 대통령 해외재산 관련 정보수집이 국정원의 정당한 직무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엇갈린다"며 “이 전 청장에게 (국정원 자금 유용과 관련해) 국고손실 혐의를 묻기 위해서는 국정원 대북공작금이 정보 수집 외 사용됐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이 전 청장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건네받은 현금 1억2000만 원과 관련해 "검찰은 이 돈이 뇌물이라고 하는데 뇌물죄 요건인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전 청장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참담하다"며 "무고를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김 전 대통령 해외재산 관련 비리를 추적하는 데 유용된 대북공작금이 무리하게 집행됐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국정원 자금을 쓰려면 사업 기본계획서를 만들고 내부 결재를 통해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한 후 집행하는데 (혐의 관련 사업은) 간단하게 한 장으로 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북공작국 직원에 따르면 해외 불법 재산, 도피 자금 추적은 검찰이나 경찰이 해야 하지 국정원 직무가 아니다"고 밝혔다. 대북공작금으로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것이 국정원의 정당한 직무인지 다툴 여지가 있다는 변호인 측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이 전 청장은 2010년 5월~2012년 4월 원 전 국정원장 지시를 받아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과 김승연 전 대북공작 국장과 함께 김 전 대통령 관련 비리를 수집하기 위해 5억 원 상당의 국정원 대북공작금을 유용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당시 국세청 국제조세 관리관 박 씨를 통해 대북공작금을 김 전 대통령 비자금 추적을 위한 일명 '데이비슨 사업' 비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청장은 2011년 9월 말께 원 전 원장에게 정보를 수집하는 데 필요한 활동자금을 요구해 국세청장 접견실에서 현금 1억2000만 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받은 혐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