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목적 설정·리스크 등 검토 필수 안정성 원할 땐 은퇴시점 설정 앞당겨야
◇대형사, 해외운용사 손 잡고 잇단 출사표 =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TDF시장은 성장 초기 단계에 있다. 미국의 경우 1993년 바클레이스가 최초로 TDF를 출시,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성장해 현재 1조 달러가 넘는 시장으로 커졌다. 우리나라는 2011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출시하면서 국내에 TDF가 처음 등장했다. 뒤이어 2016년 삼성자산운용이 미국의 캐피탈그룹과 제휴를 맺고 진출하면서 본격적인 시장 성장이 이뤄졌다. 현재 국내 TDF시장에서 삼성자산운용은 43%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삼성을 기점으로 대형사들이 해외 유명 자산운용사의 자문서비스를 받거나 글라이드패스(투자 비중 경로)를 제공 받아 TDF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현재 국내 인력으로만 운용 전략을 구축한 것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유일하다.
실제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미국 티로프라이스와, KB자산운용은 7월 뱅가드와 협약을 맺고 TDF 상품을 내놨다. 신한BNP파리바운용은 BNP파리바자산운용 계열사인 멀티에셋솔루션의 자문을 받는 형태로 지난해 6월 TDF 상품을 출시했다. 한화자산운용은 JP모건자산운용과 손잡고 3월 TDF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IBK자산운용은 블랙록과 손잡고 TDF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 같은 행보는 오랜 시간 축적된 해외 운용사의 TDF 운용 노하우를 가져오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외 운용사와 제휴하는 형태로 TDF시장이 성장을 이어간다면 국내 운용사들의 자체 운용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시리즈 펀드지만, 자산 비중 ‘천차만별’= ‘타깃데이트(목표 시점)’로 설정하고 투자자 생애주기에 맞춰 자산 비중을 알아서 조정해주는 TDF는 은퇴 시점을 기준으로 2020년부터 2050년까지 5년 단위로 상품이 출시돼 있다. 이에 각 운용사가 내놓는 ‘TDF 시리즈’는 보통 5~7종이 있다. 펀드 명에 2020, 2025, 2030 등 목표 연도가 표시돼 있다. 예를 들어 1980년생이 60세에 은퇴한다면 은퇴예정 시기는 2040년으로 TDF 2040에 가입하면 된다. 은퇴 시점에 맞춰 자산 배분이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펀드 명에 표시된 숫자에 따라 구성 자산 비중은 천차만별이다. 은퇴 시점이 상대적으로 먼 TDF의 경우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이 90%를 넘는 상품도 있다. 은퇴 시점이 임박하게 설정된 상품의 경우 위험자산 비중이 작다.
◇TDF,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할까 = 전문가들은 펀드를 고르기 전 본인의 투자 성향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은혜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좋은 펀드를 고르기 위해서 우선 자신의 투자 성향과 목적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TDF의 경우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원한다면 은퇴 시점(Target date)을 좀 더 늦춰 잡고, 보다 안정적인 투자를 원한다면 은퇴 시점을 좀 더 앞당겨 설정하면 투자 성향을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TDF를 선정할 때 그간의 운용 성과는 물론 운용 보수(비용), 전략·자산 배분 현황, 투자 리스크 등 다양한 선정 기준을 가지고 꼼꼼히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단기 투자라면 보수 문제가 큰 차이가 없지만, TDF 특성상 최소 10년 이상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운용보수를 무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운용사마다 꼽는 차별화 전략도 저마다 다르다. KB온국민 TDF의 차별화 전략은 업계 최저 수준의 보수다. 펀드 자체의 운용보수와 판매보수도 업계 최저수준이지만, 피투자 펀드의 보수 역시 업계 평균보다 낮은 연 0.15% 수준이다. 미래자산운용의 경우 ‘자산배분 TDF’와 ‘전략배분 TDF’ 등 두 종류의 TDF 시리즈를 운용하고 있다. 특히 ‘전략배분’ 시리즈의 경우 주식과 채권을 넘어 부동산 및 인프라 등 대체투자 자산도 포함해 투자한다. 경쟁사 펀드들이 재간접 형태의 투자구조를 갖지만 ‘전략배분 TDF’시리즈는 모자형 펀드로 차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