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생들이 2020년부터 배울 새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시안에는 '자유 민주주의' 대신 '민주주의'라는 표현이 쓰인다.
교육부는 2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제출한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교육과정과 집필기준 시안'을 공개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이 백지화되면서 중·고생들은 2020년부터 새 검정교과서를 쓰게 된다. 정부는 당초 올해부터 학교에서 새 교과서를 쓸 수 있게 지난해 하반기에 검정교과서 개발을 추진했다.
하지만 개발 일정이 촉박하고, 수업의 기준이 되는 역사과 교육과정과 교과서 제작을 위한 집필기준이 모두 국정화를 전제로 만들어진 점을 고려해 아예 새 교과서 사용 일정을 2년 미루고 집필기준을 다시 만들기로 했다.
집필기준은 교과서에 반드시 언급해야할 내용의 서술 방향과 유의사항 등을 집약한 일종의 교과서 '가이드라인'이다.
이번에 공개된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은 지금까지 역사과 교육과정과 교과서에서 쓰인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대체하는 방안이 담겼다.
다른 사회과 교육과정에 대부분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썼고, 역대 역사과 교과서에도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를 혼용했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민주주의 관련 집필기준을 살펴보면 노무현 정부 당시 '민주주의'였다가 이명박 정부 때는 '자유민주주의'로 바뀌었고, 박근혜 정부는 이를 유지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민주주의'로 변경됐다. 이처럼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집필기준을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정교과서 편찬 당시 논란이 됐던 '대한민국 수립' 표현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꿨다.
현재의 교과서에서도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표현했고, 임시정부의 법통과 독립운동 역사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다.
이번 시안에는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빠졌다.
1948년 유엔(UN) 결의에는 대한민국이 '유엔한국임시위원단 감시가 가능한 지역에서 수립된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돼 있고, 남북한이 1991년 유엔에 동시 가입했으므로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게 연구진의 입장이다. 그러나 보수 성향 학자들은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어 집필기준 확정까지 논란이 예상된다.
6·25전쟁 서술과 관련해 논란이 됐던 '남침' 표현은 집필기준이 아닌 교육과정에 추가됐다.
교육부는 교육과정심의회 심의·자문 결과와 역사학계의 중론 등을 고려하고, 국민 의견 수렴을 위한 행정예고 등을 거쳐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을 상반기 중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