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유정아/ 북폴리오/ 1만2000원
“내가 시시할 정도로 흔한 사람이라는 걸 내 입으로 이야기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더 이상 무엇이 되려고 애쓸 필요가 없고, 굳이 어떤 가능성을 보여 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제야,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유정아 작가가 쓴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는 이 시대 젊은이들을 위한 공감 에세이다. 때론 100가지 조언보다 그냥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 나간 것 같은 한마디의 말이 위로된다는 걸 잘 아는 저자의 필력이 이번 에세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마치 내가 하고 싶었지만, 마음속에 담아두기만 했던 말들을 끄집어낸 듯한 마흔다섯 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순간순간 저자의 손을 꼭 잡고 싶은 친근함이 물씬 느껴진다. 물 흐르듯 부드럽게 읽히는 에세이지만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주어진 아픔의 무게와 그 원인을 짚어내는 식견은 날카롭다. 여기에 개인적인 경험담에서 비롯된 진한 공감대가 힘을 더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젊은이답기를 그만두기로 마음먹은 순간, 행복해졌다고 고백한다. 젊음은 그저 모든 사람이 지나가는 ‘삶의 한 구간’일뿐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는 것이다. 무엇이 되기 위해, 어떤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비로소 진짜‘나’를 알고 싶어졌다는 저자의 말은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