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남북관계 정상화가 한국은행의 재정확대 정책에 대한 매파 성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다만 남북 관계 정상화가 단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14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남북 관계 정상화는 두 가지 정반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하나는 한국은행(BOK)의 기조를 매파쪽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간 고수해왔던 물가 목표치(2%)에 대해 향후 3년간 좀 더 유연성있게 바라볼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의 관계가 깊어지게 되면 수요과 공급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생길 수 있고 물가 상승 압력이 발생할 수 있어 한국은행이 물가목표치에 대해 유연하게 접근할 것이란 이야기다.
그러나 권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주식시장이 오름세를 보이고 4월말 원화 가치가 상승했다”면서도 “북한의 비핵화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그 결과가 한국 경제에 즉시 끼치는 영향은 완만한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초기 재정적 부양 효과는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0.2% 정도에 그치고 즉시 반영되지도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초기 효과는 소비자 신뢰나 관광 수요 회복 정도에 국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비핵화에 대한 합의가 한국은 물로 잠재적으로 한반도 경제에 미칠 영향이 광범위하다고 평가했다. 권 연구원은 “만약 비핵화에 대한 합의에 이르게 되면 남한은 북한 경제를 위해 투자와 지출이 강화될 것”이라며 “여러 연구에 서 나온대로 공통 통화없이 점진적인 경제가 통합된다면 이에 필요한 전체 지출 규모는 앞으로 수십년 동안 매년 GDP의 1.8~6.5%”라고 설명했다. 이를 금액로 계산하면 5000억 달러~2조1000억 달러(537조 원~2256조 원)에 이른다.
반대로 비핵화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주식시장에 부담이 되고 원화는 약세를 보여 달러 조달 프리미엄이 상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