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도시바메모리 인수 계약 체결 후 처음 내뱉은 말이다. 그로부터 8개월 여간의 시간이 흘러서야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은 마침내 중국 반독점 당국의 승인까지 받으면서 도시바 메모리를 품에 안게됐다.
도시바메모리는 17일 자사 글로벌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도시바 메모리의 매각과 관련해 필요한 모든 국가로부터 반독점 승인 심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9월 28일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 메모리 인수 계약은 사실상 마무리 됐다.
SK하이닉스는 “한미일 연합의 참가 업체 가운데 하나인 미국 베인캐피털로부터 이런 사실을 통보받았다”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위해서는 반도체 수급이 많은 주요 8개국에서 독점금지법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중국 반독점 당국이 심사 승인을 지연하면서 난항을 겪었다. 도시바 최고경영진은 도시바메모리 경쟁력 손상의 우려로 5월 말까지 중국 정부의 반독점 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매각 중단까지도 검토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최 회장은 최근 베이징포럼에 참석해 천더밍 전 중국 상무부 장관과 면담하는 등 도시바메모리 반독점 승인 심사의 돌파구를 찾기위해 노력했다.
이번 인수에서 주목된 것은 최 회장의 ‘뚝심’이다. 도시바가 지난해 2월 메모리 사업 부문 매각 방침을 밝힌 이후 인수전이 반전을 거듭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직접 뛰어들어 일본과 중국을 여러차례 방문해 결국 성과를 얻어냈다는 점이다
도시바 인수로 SK하이닉스가 당장 직접적인 이득을 얻는 것은 아니다. 계약 조건에 따라 도시바에 대한 경영 참여는 물론 도시바의 반도체 기술에 대한 정보 접근도 제한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 회장의 바람처럼 도시바와 ‘동반자’로서 관계를 이어나가며 장기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서 입지를 한층 강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해 9월 도시바메모리 인수 계약 체결 후 “(도시바메모리 인수는) 돈을 주고 산다는 개념이 아니라 도시바 측에 반도체업계가 좀 더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잘 얘기해서 ‘같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최 회장은 일본을 방문했을 때에도 도시바 경영진과 만나 “상생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히는 등 협력 관계를 강조해 왔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2017년 4분기 낸드플래시 제조사별 시장점유율 조사에서 도시바는 17.2%의 점유율로 삼성전자(38.3%)에 이어 2위다. SK하이닉스는 11.2%의 점유율로 5위를 차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전통적으로 약점을 갖고 있는 낸드 부문의 사업은 도시바와의 기술 제휴 등을 통해 도움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2011년 SK하이닉스와 도시바는 차세대 메모리로 손꼽히는 ‘M램’의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계약을 맺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메모리 투자는 최 회장의 뚝심이 주효했다”며 “낸드 시장 공략에 나선 중국 기업들의 공세를 막아서는 것을 넘어서서 이번 승부수가 또 어떤 성과로 이어질 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