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0대 골프장과 국내 전국골프장 작품집 낼터
“골프요? 하면 할수록 어렵죠. 사진작품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쉽지가 않죠.” 김충무 맑음스튜디오 대표(44)는 “사진과 골프는 기구를 이용하지만 몸과 마음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며 “둘 다 제대로 감성이 움직여야만 잘된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의 명품골프장을 렌즈에 담아 ‘프랑스 골프&트래블’을 펴냈다. 그의 첫 골프장 작품집이다. 이 책은 국가대항전 라이더컵이 열리는 프랑스 인근의 르 골프 내셔널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에비앙 챔피언십이 열리는 에비앙리조트 골프클럽을 비롯해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100년 이상 된 골프장들과 클럽하우스, 건축물이 담겨 있다.
“에비앙 골프장을 찾았을 때 비가 주룩주룩 내렸죠. 그래서 멋진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정말 아쉬웠죠. 대회 때 TV에서 보던 골프코스보다 상상 이상으로 멋을 지닌 클럽하우스와 코스였습니다. 렌즈로 무엇을, 어떻게 담아내야 하나 장고(長考)를 했죠. 비가 내려 하루 종일 기다렸다가 겨우 찍었습니다.”
사진과 인연을 맺은 것은 고교시절. 이모부가 아마추어 사진작가였다.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다가 사진의 매력에 빠졌다. 당시 귀한 니콘FM이었다. 학원을 다니면서 사진을 배웠다. 대학에서 사진과 영상학을 전공했다. 방학 때는 스튜디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실전을 익혔다. 졸업 후 취업한 곳도 사진전문 스튜디오였다. 한곳에 10년 이상 다녔다. 주로 패션과 광고에 쓰는 상업사진이었다. 좋아서 시작한 사진이지만 전문가들로부터 감각이 살아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직장에서 한우물만 판 덕에 인맥이 넓어졌다. 그런 뒤 스튜디오 일을 도우면서 창업을 했다. 한지붕 2가족이 된 셈이다. 그런 뒤 자신감이 생겨 2012년에 독립했다.골프와 접한 것은 경기 포천 베어크리크 골프클럽의 코스 책자를 만들면서다. 일본골프장 전문잡지 골프세미나에 사진을 제공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골프장 사진을 찍었다.
“사실은 이전에 골프를 접했습니다. 1995년 경기도 고양시 원당에서 군복무를 했는데 골프장 페어웨이에서 훈련한 것이 처음 골프코스와 만난 셈이죠.”
이후 10년 뒤 머리를 얹었다. 그러고 나서 골프코스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했다. 이전에는 막연하게 골프장을 렌즈에 담았지만 필드를 나가면서 홀들이 새롭게 보인 것이다. 이때부터 골프코스뿐 아니라 코스를 관리하는 그린키퍼나 잡일을 하는 사람들까지도 촬영대상으로 다가왔다.
“지금까지 작업한 골프장 중 경남 남해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과 강원 홍천 블루마운틴 골프클럽이 가장 풍광이 뛰어났습니다. 골프코스 사진은 동틀 때와 해질 녘이 가장 아름답죠.”
골프코스를 찍을 때 가장 고민하는 것은 분위기. 감정이 살아나야 좋은 작품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 계절이나 날씨에 무척 민감한 탓이다.
“골프장이나 모델이나 다 같죠. 피사체(被寫體)를 바라볼 때 감성이 느껴지면 사진이 원하는 것 이상으로 잘 나옵니다. 마음이 통했다고나 할까요. 사진은 감성, 각도, 빛, 조명 등 다양한 것에 영향을 받습니다. 시시각각으로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전에 초상화를 배운 것이 사진작업을 할 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감정이입과 감각을 잘 살릴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런 그도 골프에서 아쉬움 점이 있다. 작정하고 10개 골프코스를 갖고 있는 중국 하이커우 미션힐스 골프리조트에서 180홀을 돌러 갔다가 완주를 하지 못했다. 플레이보다 멋진 풍광에 매료돼 180홀을 렌즈에 담느라 플레이는 뒷전이었다.
“사진을 오래하다 보니 코스를 공략할 때 이점이 있죠. 일반적으로 홀을 바라보는 눈과 렌즈로 보는 홀은 전혀 다릅니다. 렌즈로 보면 특정지역을 집중해서 볼 수 있는 데다 구석구석까지도 잘 보입니다. 그래서 플레이할 때 늘 카메라를 휴대하죠. 티잉 그라운드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표준렌즈보다 초점 거리가 길고 사각(寫角)이 약 30도보다 좁은 렌즈인 망원렌즈로 홀 전체를 바라봅니다. 왜 살피는지 동반자들은 잘 모르죠.”
그는 역사의 도시 퐁텐블로도 찾았다. 프랑스 일드프랑스 레지옹 센에마른 데파르트망에 있는 도시로 휴양지다. 골프장 이름도 퐁텐블로 골프클럽이다. 1909년에 오픈했다. 이끼가 낀 돌과 나무, 페어웨이, 러프가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작품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라운딩은 못 했지만 정말 아름다운 골프장이었습니다. 회원제 골프장이었는데 한가롭게 즐기는 골퍼들이 자유를 품은 듯한 모습이었죠. 클럽하우스 주변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과 커피잔을 기울일 수 있는 테이블도 마련돼 있죠. 골프를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책을 읽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는 흑백 필름을 사용하던 아날로그 시절이 더 즐거웠다고 기억한다. 사진을 인화했을 때 어떻게 나올까 하는 궁금증과 호기심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디지털로 바뀌면서 곧바로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긴 하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세계 100대 코스뿐만 아니라 국내 전국 골프장 사진을 찍어 책을 내고 싶어요. 시간은 걸리겠지만 반드시 하고 싶은 작업입니다.”
조만간 베트남 빈펄 골프&리조트를 찾아 촬영할 예정인 김충무 대표가 두 번째 골프장 작품집에 어떤 사진을 넣을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