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 원대 뇌물수수 및 350억 원대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23일 첫 공판에 출석해 혐의에 대한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이날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9주년이 되는 날이자 정확히 1년 전 박근혜(67) 전 대통령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려 박 전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처음 법정에 선 날이기도 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417호 대법정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연다. 앞서 세 차례 열린 공판 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이 전 대통령이 법정에 서지 않았지만, 공판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있는 만큼 이 전 대통령이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 강훈(64ㆍ사법연수원 14기) 변호사는 "첫 공판에 이 전 대통령이 출석해 모두진술을 할 예정"이라고 여러 차례 예고한 바 있다.
이날 재판은 재판장이 피고인의 성명, 연령, 주거, 직업 등을 물으며 피고인임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이 우선 진행되고 이후 검찰이 공소사실을 설명하면 변호인단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밝히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진술이 이어진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은 10분여간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치소에 수감된 이후 "재판정에서 사실관계가 밝혀지는 걸 기대한다"며 검찰의 옥중조사에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이 재판에서 어떤 견해를 소명할지 주목된다.
이후 증거조사가 이어진다. 이 전 대통령의 혐의가 16개에 달하는 만큼 이날 공판은 밤늦게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1994년 1월~2006년 3월까지 다스에 분식회계를 저질러 총 339억 원 상당의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경리직원 조모 씨가 빼돌린 회삿돈 120억 원을 몰래 회수하는 과정에서 법인세 31억 원을 포탈한 혐의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다스의 BBK 투자금 140억 원 반환 소송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다스의 소송 비용 585만 달러(약 67억 700만 원)를 삼성그룹에 대신 납부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과 대통령 재직 시절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성동조선해양(22억5000만 원) △대보그룹(5억 원) △ABC상사(2억 원) △김소남 전 의원(4억 원) △지광 스님(3억 원) 등에게 공직 임명이나 사업 지원 등을 명목으로 뇌물을 건네받은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