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박사' 배명진 교수가 비과학적 음성 분석 의혹을 제기하는 'PD수첩' 제작진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22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음향 분석 전문가로 알려진 배명진 교수에 대한 의혹을 조명했다.
숭실대학교 교수이자 소리공학연구소장인 배명진 교수는 25년간 언론에 약 7000번 출연한 국내 언론이 사랑하는 소리 분석 1인자로 통한다.
그러나 몇몇 음성 분석 전문가들은 배 교수의 음성 분석 감정서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배명진 교수는 2012년 제주시 도남동에서 발생한 제주방어사령부 소속이었던 김모 하사 사망사건 관련, 당시 공중전화로 접수된 실제 신고 음성과 김 하사를 질책했던 선임 군인 목소리가 유사하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타살 의혹을 부추겼다.
배명진 교수의 음성 분석은 얼마 뒤 실제 신고자가 나타나며 뒤집혔고, 용의자로 몰렸던 간부는 사건 후 전역했다.
김하사의 유족은 "배 교수 말을 100% 신뢰했는데, 결국 혼선만 빚었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옥엽 박사는 "나를 비롯해 동료들의 의견을 말하자면 (배명진 교수가) 과학이란 이름으로 포장해 사람들한테 헷갈리는 정보를 주진 않았으면 좋겠다. 보통 보편적 가치로 과학적이라고 이야기하면 정확함, 객관적인 것, 믿을 수 있는 것 이런 가치를 많이 부여한다"라며 "이건 완전 무고니까 상당히 잘못한 거다. 무슨 사유인지 모르겠지만 너무나 논리적 비약 표현을 한 거다. 그 방송에서는 마치 전화를 건 사람이 죽인 것으로 나왔기 때문에 굉장히 감정하는 내내 사실 부담스러웠던 건 사실"라고 밝혔다.
배명진 교수는 2016년 국조특위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 의원이 공개한 최순실의 녹취록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는가 하면, 지난 3월 '욕설 논란' 등에 휩싸였던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음성을 감정한 뒤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분석해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바 있다.
이날 방송에서는 이완구 전 총리의 뇌물수수 사건도 다뤘다.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고백이 담긴 음성파일에는 성 회장이 이완구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2심에서 이 전 총리 측은 배명진 교수에게 성완종 회장의 녹취 감정을 의뢰했고 배 교수는 허위라는 감정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이에 대해 음성학자 ㄴ씨는 "사실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거짓말할 때와 안 할 때 목소리에서 어떤 특징이 나타나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라며 "그게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고 할 만한 연구 결과가 지금까지 안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명진 교수님 연구실에는 그런 게 있는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다"라면서 "그렇다면 음성 거짓말 탐지기가 얼마나 신뢰할 만한지를 객관화시킨 다음에 그걸 많은 나라에 팔아야 한다. 그게 사실이라면"이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제작진과의 전화통화에서 "그걸 왜 입증해야 하나. 그건 내 과학적 수준을 테스트해보겠다 그 이야기밖에 안 된다"면서 "난 지금 노벨상 받을 일도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입장이다. 과학적으로 연구해 세계적 인정을 받는 날 비토 하는 사람이 없겠냐. 그런 데 휘말리고 싶지 않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제작진이 직접 배 교수를 찾아가자 그는 카메라를 끄라며 목소리를 높인 뒤 "25년 전문가를 의혹으로 무시하겠다고? 당신 그럴 권한 있어?"라며 "25년 되면 한마디씩만 해도 의혹이 생길 수 있다. 빨리 나가라. 안 그러면 경찰이 오게 되어 있다"고 분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