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한류 바람을 타고 국내 의료기관들의 해외 진출이 봇물을 이룬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뒤로 이렇다 할 성과는 전해지지 않았다. 비영리 기관으로서 국내 대형병원이 해외에서 영리 의료사업을 하기란 현실적인 애로가 많았고 정부나 대기업 주도의 시스템으로 해외 진출이 이뤄져 현지화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해외 거점 병원 투자와 개발·운영사인 메디컬파트너즈코리아(MPK)는 그래서 탄생하게 됐다.
법률·금융전문가인 김헌진 대표, 투자·컨설팅 전문가인 김광범 CSO(Cheif Strategy Officer·이사), 심장내과 전문의인 민희석 CCO(Chief Clinic Officer·이사)는 “직접 해외에 민영 병원을 설립해 제대로 의료 한류인 ‘K-의료’의 붐을 일으켜 보자”고 뜻을 모았다.
MPK는 다음 달 1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시에 해외에 거점을 둔 첫 한국형 외래종합병원 ‘MPK 클리닉 꼭뎀그란드’를 오픈한다. 최고급 주상복합건물 1층에 총 1400㎡(400여 평) 규모로 조성되는 MPK 클리닉 꼭뎀그란드는 MPK 소속 한국인 의사 2명을 포함해 전문의 13명, 간호사 12명 등 총 32명으로 운영되며 진료과목은 심장내과·소화기내과·류머티즘내과 등 12개에 이른다. 연내 카자흐스탄 행정수도인 아스타나에 2호점을 열 예정이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CIS(독립국가연합) 국가는 소득 수준에 비해 의료서비스의 인프라와 질이 떨어져 한국형 의료 서비스 수요가 상당히 높다. 국내 의료관광 대상 국가 중 카자흐스탄은 중증환자 기준으로 1위다. 카자흐스탄 인구가 2000만 명이 채 되지 않는데 2016년 1만6000명의 의료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했을 정도다.
김헌진 대표는 “한국이 태국이나 터키보다 의료비 측면에서 가성비가 좋다”면서 “진단 능력이나 치료 기술, 수술 숙련도 등이 뛰어난 것은 물론 다른 나라 의사들과 달리 진료비를 속이지 않아 믿을 만하다는 점에서 한국 의사들을 더욱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카자흐스탄 현지에서 인지도가 높은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을 협력병원으로 지정해 차별화된 경쟁력도 갖췄다. ‘원격 의료’를 활용한 협진 체계를 구축, 의료적인 판단과 필요한 조치 후 환자를 적시에 한국으로 송출이 가능하다.
김 대표와 김광범 이사는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진출 지원 공공전문기관 코리아메디칼홀딩스(KMH)에서 의료 해외 진출의 실패를 직접 경험했기에 이번 사업에 거는 기대와 자신감이 남다르다.
김 이사는 그동안 의료 수출이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이유로 “KMH가 해외 정부나 의료기관과 MOU를 체결하고 해외 진출을 시도했지만 국내 병원의 모태 자체가 비영리 의료재단이다 보니 의료 협력이나 연수 차원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현지화를 위해선 한국인 의료인을 상주시켜야 했지만 2배 이상 드는 인건비 부담에 수익이 나기 어려운 구조였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의료 해외 진출산업은 진료 수입뿐 아니라 제약 및 의료기기 수출 등 연계된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높은 산업이다. 이에 따라 MPK는 진료와 함께 병원 내 약국 위탁사업, 의료관광객 대상 사전·사후 서비스, 한국 의약품 현지 유통·판매·기술이전 사업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민희석 이사는 “국내 의료기기나 제약 업체들이 해외에 진출하려 해도 현지와의 마케팅 접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면서 “우리가 세운 현지 병원에서 먼저 국산 의료기기나 의약품을 사용하면 충분히 이들의 현지 진출 판로를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 의료기기의 해외 매출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향후 러시아·카자흐스탄 금융사와 한국 의료기기 현지 판매를 위한 금융리스 업무 추진도 협의 중이다.
이 외에도 관계사인 분자진단 키트 개발회사 ‘원바이오메드’로부터 제품 유통·판매 사업권을 이양받아 2020년 질병 오진율이 높은 CIS 의료시장에 ‘미래형 의료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국내 헬스 IT기업인 ‘젬스솔루션’과 함께 구소련 권역에 병원정보시스템(HIS)을 개발·공급하는 등 다양한 부대사업으로 규제 사슬에 묶인 한국 의료산업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한다는 복안이다.
MPK의 최종 목표는 국내외 증시 상장을 통한 투자개방형 병원지주회사 설립이다. 기업형 의료 서비스 해외 사업이 지속성을 갖기 위해선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한국 자본의 투자 유치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클리닉 체인마저 모두 상장돼 있을 정도로 투자 환경이 좋은 싱가포르 증시 상장을 우선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