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자동차산업中] 관시 맛본 한국車, 관시에 발목

입력 2018-05-3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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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택시 납품으로 급성장한 현대기아차…사드보복에 시장점유율 하락

▲바이두 전시장 내 ‘바이두 맵오토’와 ‘두어 OS 오토’가 시범 적용된 현대차 중국형 싼타페. (이투데이DB)

중국은 정치외교적 상황에 민감하다. 시장 논리보다 개인과 개인, 나라와 나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 사회 전반에 걸쳐 강하게 뿌리내린, 하나의 기저문화로 자리 잡은 이른바 ‘관시(관계)’ 탓이다. 관시는 중국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국가의 정책과 경영이 인맥에 따라 쉽게 움직이는 탓에 부패와 부정이 불거지기도 한다. 오늘날 중국의 현실이다.

한국차는 정치외교적 문제와 시장 경쟁구조 변화 탓에 최근 몇 년 사이 부침을 겪고 있다. 관계 설정에서 정치외교적 타격을 입었고, 이어 80여 곳에 달하는 중국 토종기업의 추격에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예컨대 중국의 일부 지방정부는 택시 차종을 선정해 발표한다. 제한된 모델만 택시로 운영된다는 의미다. 지방정부와 좋은 ‘관시’를 유지한 기업은 택시 시장을 장악하기도 한다. 시장 진출 초기, 독일 폴크스바겐과 미국의 GM이 그랬다.

현대기아차 역시 현지 합작법인을 중심으로 좋은 관계를 이어왔다. 현지 택시시장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기록한 것도 이런 관시가 밑거름이었다. 성공 이면에는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공존했는데 결국 지난해 무리하게 추진된 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탓에 좋은 관계들이 속속 무너졌다. 관시로 성장한 한국차가 결국 관시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제품 전략도 실패했다. 한 해 전 세계에서 1000만 대의 차를 판매하는 도요타는 나라별로 제품 전략을 차별화했다. 일본에서는 경차를 많이 팔아 이득을 남기고, 북미에서는 캠리를 앞세워 패밀리 세단의 강자로 자리 잡았다. SUV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중국에서는 소형과 중대형 SUV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와 달리 현대기아차의 현지 특화전략은 한계점이 뚜렷했다. 이미 단종된 준중형차를 겉모습만 바꿔 출시한 게 화근이었다. 이들은 이미 개발비를 뽑았고 원가가 낮아 마진이 컸다. 당장 수익을 낼 수 있었기에 이런 전략에 집중했다. 그러는 사이 중국 토종기업이 빠르게 현대기아차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한국 차는 결국 스스로 발등을 찍은 셈이 됐다.

뒤늦었지만 이제 SUV를 중심으로 제품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정치외교적 문제 역시 최근 해빙 무드를 타고 점진적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시장 진출 초기, 단기 수익에 집중하면서 제품 전략에 한계가 있었다”며 “여기에 정치외교적 문제까지 해결되고 있는 만큼 시장 회복세 역시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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