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은 자본시장부 기자
29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증권의 주가는 3만7550원이다. 사고 당일 장중 최저점(3만5150원)에서 6.83% 회복한 수준이다. 하지만 사고 직전과 비교하면 아직 6% 가까이 낮다. 일각에서는 삼성증권이 사상 초유의 배당사고라는 악재를 딛고 이만큼 주가를 회복한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평가한다. 올해 1분기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1분기 증권업계는 1조5000억 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호실적이 삼성증권만의 경사는 아니라는 의미다. 이를 증명하듯 주요 증권사들의 주가는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증권이 배당사고를 수습하는 동안 미래에셋대우(9.84%), NH투자증권(24.26%), 한국금융지주(24.02%) 등은 주가 우상향이 확연했다. 코스피 증권업종 지수도 8.73% 올랐다. 여기에 비교하면 삼성증권에는 악재의 그림자가 여전히 짙은 상태다.
삼성증권은 배당사고로 인한 피해 투자자를 ‘사고 당일 매도자’로 한정했다. 당일 이후 손절매한 투자자나 평가손실이 발생한 투자자들은 보상에서 제외됐다. 대신 이들에게는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구성훈 사장과 임원들이 최근 자사주를 매입한 것 외에는 별다른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삼성증권은 “사고 당시를 제외한 주가 하락은 시장의 흐름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소액주주들은 온라인상에서 서로 억울함을 토로하거나 집단소송에 한 가닥 희망을 걸어보는 것 외에는 돌파구가 없다.
상식을 뛰어넘는 사고로 수많은 피해자가 생겨났다. 하지만 삼성증권은 상식선에서 이들을 걸러냈다. 제2의 피해자들은 증권사 한 페이지에 ‘지독히 운이 나빴던 투자자’라고 기억돼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