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와해 전략을 기획·실행한 혐의를 받는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가 구속을 면했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부장판사는 31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청구된 박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전 대표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 노조가 생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삼성전자서비스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허 부장판사는 "주거가 일정하고 도망할 염려가 없으며 증거를 인멸했다거나 인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일부 피의사실은 법리상 다툴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법원이 박 전 대표의 영장을 기각하자 검찰은 즉각 의견서를 내고 법원의 판단을 반박했다. 검찰은 "박 전 대표는 노조 와해 공작인 ‘그린화’ 작업을 지능적으로 장기간 지시한 최고 경영자로서 헌법에서 보장하는 근로 3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중대한 헌법 위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짚었다. 이어 "이미 구속된 최모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전무에게 그린화 작업을 지시한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최 전무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범행을 부인했다"며 도망할 염려가 없다는 법원의 판단을 반박했다.
또 검찰은 "2013년 노동청 수사 당시 고소대응 태스크포스를 꾸려 협력업체 사장들을 회유해 삼성의 노조와해 사실이 없었던 것처럼 허위 진술하도록 강요했고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최 전무 등 관계자들과 연락하고 휴대폰을 바꿨다"며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2013년 7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당시 최 전무 등과 함께 협력사 노조 와해 공작인 이른바 '그린화' 작업을 실행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노조 활동=실업'이라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협력사 4곳의 '기획 폐업'을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폐업한 협력사 사장에게 그 대가로 수억 원 상당 금품을 불법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 노조 탄압에 항의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조합원 고(故) 염호석 씨 유족에게 회사 자금 수억 원을 불법으로 건네 노동조합장 대신 가족장을 치르도록 한 혐의도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4일 삼성전자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확대했다. 노조파괴 공작을 주도해 실행한 최 전무 신병을 확보하고 삼성전자와 그룹 미래전략실의 개입 여부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