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 "일정 미루면 의혹 인정"…수장 공백 우려
김경룡 대구은행장 내정자의 선임을 앞두고 노조와 이사회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DGB대구은행 노동조합이 31일 금융지주와 은행 이사회에 이달 4일로 예정된 김경룡 행장 내정자의 선임을 연기할 것을 요청하면서 내부적으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당장 DGB금융그룹이 김태오 회장, 김경룡 은행장 체제로 새출발을 앞두고 있지만 지역사회의 부정적인 여론을 전환시키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다시 행장 공백사태 오나… ‘시간이 약?’ = 29일 김경룡 내정자는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경산시 공무원 아들 채용 특혜 의혹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박인규 전 행장에 이어 김 내정자의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또 다시 수장 공백 사태를 맞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구은행 안팎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대구은행 노조는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된 후 행장 선임을 진행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정원 노조 위원장은 “새 행장이 선임된 이후에도 검찰에 조사를 받게 된다면 은행이 나아가는 데 있어 큰 핸디캡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조직의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내부에서 박 전 행장과 대구상고-영남대 라인으로 엮인 측근으로 분류돼 차기 행장 선임과정에서도 논란이 됐다. 지난해 12월 26일 정기 임원인사에서 지주 부사장보(준법감시인)와 DGB경제연구소장을 맡아온 김 내정자는 지주 부사장(경영전략본부장)으로 승진했다. 박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혐의 등에 반기를 들었다고 알려진 노성석 전 지주 부사장은 연임하지 못했다.
대구은행은 검찰 수사 발표 결과와 시기를 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4일로 예정된 차기 행장 취임 전에 김 내정자 혐의 입증 여부가 판가름 날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중간수사결과 발표 없이 수사 종결 후 수사 내용을 종합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은행 고위관계자는 “지역사회가 우려하는 부분은 알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일정대로 소화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4일 전에 최종 수사 결과 발표가 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김 내정자 취임 이후 올해 최우선 목표를 조직안정화에 두고 조직개편, 인적쇄신 등을 통해 내부 동시에 지역사회의 신뢰를 쌓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노조·지역사회 ‘싸늘’ = 대구은행 노조는 김 내정자의 채용 비리 관여 의혹이 해소된 후 행장 선임 절차를 진행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대구은행 노조는 30일 성명을 통해 다음달 4일로 예정된 행장 선임을 중단하라고 금융지주와 은행 이사회에 요구했다. 김정원 노조위원장은 “검찰에서 무혐의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취임을 연기하는 것이 정당성을 증명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대구은행은 김 내정자가 참고인 신분으로 몇 차례 조사를 받았을 뿐 당시 직접 채용비리에 관여한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노조의 입장을 전달받은 대구은행 이사회는 예정된 선임 일정을 미루게 되면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구은행 내부 직원들의 여론과는 괴리가 크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우리 같은 일반 직원들은 지난해부터 트라우마 수준으로 시달려왔기에 쇄신 욕구가 매우 크다”며 “현재 그런 요소들이 반영된 행장 선임이냐고 물어본다면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대구참여연대와 대구경실련 등 대구지역 시민단체 50곳은 지난해 말 ‘대구은행 박인규 행장 구속 및 부패청산 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3월 대구은행 주주총회에서는 권한위임 소액주주를 모집해 박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과 신입사원 채용 비리에 대한 책임을 묻고 박인규 행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애초에 구 체계 하에서 꾸려진 이사회와 사외이사가 새 행장을 뽑았다는 것이 문제”라며 “김 내정자는 박인규 전 행장 체제에서 핵심 역할을 한 사람으로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새 행장 인선은 겸찰수사 결과가 나오고 의혹을 턴 후에 진행하라고 수도 없이 촉구했으나 막무가내로 진행했다”며 “이번 사태는 단순히 대구은행만의 문제가 아닌 지역 사회 전반이 관여된 문제로 자신들의 막중한 위치와 역할을 생각해서라도 제대로 책임을 져야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