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수입규제 모두 95건…2000년대초 과잉투자 “장치산업 특성상 구조조정 어려워”
5일 철강업계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생산한 철강·금속 제품에 가해진 반덤핑·상계관세·세이프가드 등 수입규제 건수는 모두 95건이다. 가장 많은 수입규제를 가한 건 미국이다. 국내 철강·금속제품에 대한 미국의 수입규제는 반덤핑 21건, 상계관세 7건 등 모두 28건(29.4%)에 달했다. 올해 초 한국산 대형 구경 강관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들어간 것을 포함, 냉간 압연 강관·탄소 합금 후판·열연 강판 등 다양한 제품을 규제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무역확장법 232조 카드를 들고나와 우리나라 등 세계 각국의 철강 산업을 압박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 위협에 대응해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조치로,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미국의 강력한 보호무역 조치다. 미국은 지난해 4월 232조 조사를 시작해 올해 3월 대상국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232조 대상국에선 제외됐지만, 대(對)미국 철강 수출 물량을 2016~2017년 평균의 70%인 268만 톤으로 낮추기로 했다.
미국에 이어 캐나다 11건, 태국 8건, 인도 7건, 말레이시아 6건, 호주 5건, EU·인도네시아 각 4건, 대만·멕시코·베트남·브라질 각 3건, 남아프리카공화국·사우디아라비아·터키 각 2건, 일본·잠비아·중국·필리핀 각 1건 등의 한국산 철강 수입규제 조치가 있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만 미국과 캐나다 각 2건, EU와 터키 각 1건 등 6건의 수입 규제가 우리 철강에 가해졌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철강에 대한 수입 규제를 가하는 이유는 철강이 대부분 산업의 기초가 되는 기간산업으로, 확장력이 크기 때문에 자국 철강을 보호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철강 관세 조치에 EU, 캐나다, 멕시코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하는 등 분쟁을 벌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2일(현지시각) 프랑스·독일·영국·이탈리아·캐나다·일본 재무장관은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마치며 성명을 내고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 반발하는 비난 성명을 냈다.
G7 재무장관들은 성명을 통해 “모든 국가가 미국의 관세 부과 결정에 우려하고 실망하고 있다”라며 “이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을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에게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반면 므누신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목표는 (무역 전쟁이 아닌) 공정하고 균형 잡힌 무역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포기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관계자는 “철강은 산업 특성상 기간산업이면서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자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낮아지더라도 구조조정을 하기가 쉽지 않다”며 “여기에 2000년대 초반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철강산업이 호황일 때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철강 생산시설에 과잉투자하면서 공급과잉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세계 보호무역주의는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