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공원 인근 자연녹지를 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 추진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 팔당 상수원보호권역에 아파트 건립이 추진 중이다.
한 조합주택 시행사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공원 근처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629-7 일대 자연녹지 1만 8723㎡ 부지에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218가구를 짓는 사업 계획을 마련하고 현재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다.
이곳은 경관이 수려한 팔당 호수 변이어서 아파트 건립 허가를 받기 어려운 지역이다. 더욱이 건축 규제가 엄격한 상수원과 인접해 있어 더욱 그렇다.
현재 사업지 지목은 밭이고 도시계획상 용도구역은 자연녹지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자연녹지지역 상태에서는 아파트 건립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허가 관청인 양평군에 확인해 봤다.
안철영 도시과장 얘기다. “조합주택 시행사가 도시개발사업을 통해 아파트를 짓겠다는 사업 계획을 제출했으나 환경부 한강유역관리청과 협의 과정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제시돼 답보 상태다.” 도시개발사업은 민간이 제출해 추진하는 택지개발방식을 말한다.
양수리 사업지는 용도가 자연녹지지역이어서 이를 주거지역으로 바꿔야 아파트 건립이 가능하다. 용도 변경은 한강유역관리청의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하고 여기서 반대 의견이 나오면 사업 추진이 어렵다.
사전 환경영향평가에서 어떤 의견이 나왔는지 한강관리청에 문의해 본 결과 이런 답변이 나왔다.
“사업지역의 경우 개발이 완전히 불허되는 상수원보호구역은 아니지만 한강과 바로 인접해 있어 용도지역을 상향 조정해 아파트를 짓는 것은 곤란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홍혜진 환경평가과 팀장)
자연녹지지역에 적합한 건축 행위는 가능하지만 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하여 아파트를 짓는 것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양평군과 조합주택 시행사 측은 도시개발사업 방식을 적용하면 아파트 건설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한강관리청 입장은 달랐다. 대규모 개발사업이 이뤄질 경우 아무리 하수처리 등을 철저히 한다고 해도 한강 오염· 훼손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한강관리청의 시각이다.
그러나 양평군은 양수리 도시지역 내 자연녹지지역에 대한 개발 의지가 강한 듯하다.
양평군 표승만 도시계획팀장 말이다.
“양수리에는 개발 가능한 도시지역이 협소해 조합주택 건립 부지를 비롯한 그 일대를 계획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계속 한강관리청을 설득해 개발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표 팀장은 “조합주택 관련 기본계획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나와 기존 도시개발 방안은 일단 접어놓았지만 시행사 측이 한강관리청과 조율해 수정안을 내놓으면 다시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강관리청과 시행사 측이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해결책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자연녹지지역에도 개발사업이 추진된 사례는 있다. 택지개발지구 지정이나 민간 도시개발사업 방식을 적용해 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바꿔 아파트를 건립한 경우도 적지 않다.
자연녹지가 주거지역으로 바뀌면 땅 주인이나 사업자는 엄청난 이득을 얻게 된다. 땅값이 크게 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들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용도 변경 허가를 받아내려고 애쓴다. 용도변경 과정에서 뇌물이 오고 가 철창신세를 진 공무원· 정치인이 여럿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개발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 법에는 사업계획만으로도 조합원 모집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일단 창립 멤버 형태로 신청을 받아 놓고 나중 정식으로 조합을 결성한다. 이런 법적 맹점으로 인해 조합비 등을 내놓고 사업 승인이 안 나와 피해를 보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양수리 조합주택 사업은 한강관리청과 협의 과정에서 부정적 의견이 나와 현재 도시개발계획이 취하된 상태다. 아직 사업 인가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소리다.
그렇지만 시행사 측은 신청금 1백만 원을 받고 조합원을 접수 중이다. 분양 관계자는 신청 순서대로 아파트 동·호수 선택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빨리 신청하는 게 이득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100여 명이 신청을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파트 계획 물량은 전용면적 78㎡ 형과 84㎡ 형 등 모두 218가구다. 지하 1층, 지상 5~8층 8개 동이 들어선다. 아파트 이름은 ‘두물 더 펠리체 테라스’다.
조합 가입 대상은 양평군 현지인뿐만 아니라 서울·인천·경기도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사람으로 무주택 세대주로 돼 있다. 전용면적 84㎡ 이하 규모 1채를 소유하고 있어도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조합원 자격 대상이 광범위하다.
사업지 바로 인근에는 1999년 완공된 299가구의 삼익아파트와 아이파크 92가구가 2008년에 건립됐다.
시행사 측은 앞으로 인·허가 과정에서 이들 아파트 건립 선례를 강조할 공산이 크다. 이미 승인을 내준 사례가 있는데 왜 안 되느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20년 전에 들어선 삼익 단지는 당시 규제가 약해 허용된 것으로 알려지고 아이파크는 공식적인 용도 변경 절차를 밟아 건립됐다는 게 한강관리청 관계자의 얘기다.
이번 사업 건도 한강관리청이 허락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재심의 때 하수처리 강화, 공급물량 축소, 층수 조정 등을 조건부로 달고 인가를 내줄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조합주택 사업이 허용되면 이 일대는 모두 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양평군이 바라는 일이라서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한강관리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