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역 동양 파라곤의 교훈

입력 2018-06-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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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경기 나빠도 분양가 싸면 완판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주택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빠져드는 양상을 보이자 주택업계 분위기도 좋지 않다. 시장이 위축되면 집이 잘 안 팔릴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대형 업체는 구조조정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요즘 아파트 분양 현장을 보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확 떨어질 줄 알았던 청약 경쟁은 오히려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어서다. 청약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집을 사려는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집값이 떨어지고 매매량이 줄어도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사람은 차고 넘친다는 얘기다.

아파트 청약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아파트 투 유’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17.5대 1이었다. 올해 들어 최고 수준이다. 주택경기 침체 기류가 짙어지고 있는데도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은 딴 판이다. 지난달 전국에서 분양된 단지는 38곳으로 이중 20개 현장은 1순위에서 청약이 완료됐다. 올해 월간 평균 청약 경쟁률은 1월 15.7대 1, 2월 15.3대 1, 3월 7.5대 1, 4월 14.1대 1 수준이었다. 지난달 갑자기 높아진 게 아니라 꾸준히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다들 분양을 받고 싶은 인기 단지가 많으면 아무래도 평균 청약률은 높아진다. 그렇지만 전체 분양 단지 중 절반이 넘는 곳이 1순위 마감을 끝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는 일부 인기 단지 때문에 평균 경쟁률이 높아졌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소리다. 그만큼 아파트 분양 수요가 풍성하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왜 주택업계는 울상일까.

집이 잘 안 팔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예전만큼 사업 물량을 확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택지개발지구와 같은 공공택지 공급이 줄어들어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서울은 재건축·재개발이 주요 공급원인데 이마저도 정부의 재건축 규제 강화로 순조롭지 않다.

그렇다고 도시 외곽에다 사업을 벌이자니 미분양이 생길까 봐 두렵다.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공급 물량이 확 줄어 회사 경영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는 게 주택업계의 하소연이다.

그렇지만 실상은 전혀 다른 양상이다. 분양가를 좀 낮추면 수요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외곽지대도 마찬가지다. 시세 차익만 좀 생기면 아파트는 금방 팔린다.

최근 경기도 하남 미사지구에서 분양된 동양건설 ‘파라곤’은 10.4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1억 원가량 낮아서다.

만약에 분양가를 시세보다 높게 책정했다면 과연 분양이 제대로 됐을까. 아마 대량의 미분양 사태가 벌어졌을 것이다.

시장이 죽었다는 지방에서도 분양가만 싸면 얼마든지 팔린다. 전주 혁신도시 내의 ‘서신 아이파크 e편한 세상’은 청약률이 63.4대 1이나 됐다. 대구에서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영무토건의 ‘앞산 봉덕 영무예 다음’도 평균 50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이런 인기도는 다 싼 분양가 덕이다. 아무리 위치가 좋아도 가격이 비싸면 수요자들은 외면한다. 장세가 좋을 때는 시세보다 좀 비싸더라도 가격 상승 기대감 때문에 수요자들이 몰리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주택업체들은 경기 침체를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최근 몇 년간 천문학적인 수익에 대한 향수는 이제 잊어야 한다.

전체적인 사업 물량 감소로 경영 위축이 생길 수 있으나 이는 다른 방법으로 극복해야 할 사안이다.

사실 그동안 너무 많은 물량이 쏟아졌다. 지방은 물론 수도권 곳곳에서는 공급 과잉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주택업체는 장사를 잘 하고 떠났지만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다. 가격이 분양가 이하로 떨어진 것은 그렇다 쳐도 살던 집이 안 팔려 분양받은 아파트를 전세로 돌려도 세입자 구하기가 힘들다. 당초 생각했던 시세 차익은 고사하고 자꾸 비용만 늘어난다.

새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이 다 그렇다는 소리는 아니다. 분양가가 낮았을 때 집을 차지한 사람은 이득이 크다. 위례 신도시와 같은 곳은 집값이 분양가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반면에 남양주 다산 신도시·화성 동탄 2 신도시·시흥 배곧지구 처럼 공급 물량이 넘치는 곳은 타격이 심하다.

그래도 신도시는 양반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회복이 될 것이라는 희망이라도 있지만 안산·오산·평택 등의 개별 신규 민간 아파트 단지는 사정이 딱하다. 이는 너무 많은 아파트 물량이 공급된 탓도 있으나 당초 분양가가 비싸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크다. 분양 당시는 시세보다 좀 쌌으나 엄청난 신규 물량이 주변의 기존 집값을 끌어내리는 바람에 덩달아 새 아파트 가격까지 떨어지는 분위기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워낙 많아서 그렇다. 지금도 미분양 물량이 남아있을 정도니 입주 단지라고 건재할 리가 없다.

이처럼 공급이 넘쳐나는 곳이라도 시세 차익 1억 원 아파트가 분양되면 청약자가 구름처럼 몰려들 게 뻔하다.

경기 침체가 문제가 아니라 분양가 책정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대형 브랜드라도 고분양가 전략을 꺼내 들었다가는 쪽박 차기 딱 알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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