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국내 건설사가 작년 재건축 일감을 수주하면서 내걸었던 이주비 대출 공약을 지키지 못해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가 시공사들의 이사비 지원을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강화된 규제안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15일 부동산 및 IB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작년 10월 수주한 잠실 미성크로바 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진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조합원의 이주비 대출 지원과 관련된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일감 수주 당시 제시한 조건을 지키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은 작년 10월 재건축 일감을 수주하면서 조합원들에게 자체 보증을 통한 이주비 추가 지급 등을 약속했다. 작년 8·2 부동산대책으로 집단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 포함된 재건축 현장 조합원들의 이주 비용 부담이 커진 것을 적극 활용했다.
하지만 정부가 작년 말 건설사들의 재건축 현장 수주 경쟁 단속에 돌입하면서 건설사의 약속은 이행할 수 없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작년 10월 말 건설사의 이사비 제안 금지 및 금품 제공 시 시공권 박탈 등을 골자로 한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12월부터 시행에 나섰다.
변경된 국토부 고시에 따르면, 건설사는 재건축 사업 입찰 단계에서 조합원에 설계·공사비, 인테리어, 건축 옵션 등 시공과 관련된 사항만 제안할 수 있다. 시공과 관련 없는 이사비나 이주비, 이주촉진비,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등은 일절 제안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재건축 조합원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 내로 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한 이주비 대출만 가능해졌다. 이번 롯데건설의 경우처럼 자체 보증을 통한 추가 이주비 지급이 불가능해졌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재건축 사업 전반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성크로바 재건축정비조합원들의 이주 일정은 애초 8월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이후인 9월 중순 또는 10월 이후로 늦어지게 됐다. 아울러 재건축 사업자금 조달을 위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일정도 잠정 연기됐다. 롯데건설은 지난달 10일 PF 주관사 선정을 위한 1차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한 이후 1개월 넘게 추가 PT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조달한 자금은 중도금과 이주비 대출, 사업비 등 재건축 사업에 사용될 방침이었다.
일각에선 건설사들이 이주비 대출과 관련해 무리하게 자금을 차입해온 터라 정부 규제를 핑계로 대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주비 대출 관련 규제를 가장 먼저 어기는 곳이 되지 않기 위해 일부 사업장은 건설사들이 시간만 끄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