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7대 불가사의와 자유한국당

입력 2018-06-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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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는 집을 보면 대충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목이 좋지 않은 곳에서 영업한다든지, 아니면 영업의 기초가 뭔지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장사한다면, 거의 망한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만일 영업의 기초를 모르고, 목도 안 좋은 곳에서 장사하면서 망할 즈음에 경기를 탓한다면, 다른 곳에서 가게를 연다 하더라도 다시 실패할 확률이 높다. 가게를 접는 이유를 객관적이고 명확히 분석해야, 지금의 실패가 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자유한국당을 보면, 실패로부터 전혀 배우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가히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라고 할 만하다. 자유한국당 의원 개개인을 보면, 퀄리티는 대단히 훌륭하다. 전문직 출신이 대부분이고 또 살아온 과정도 남들보다 훌륭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이라는 이름으로 뭉치면 집단적인 바보가 되는 모양이다. 이런 현상은 고대 이집트인들이 피라미드와 같은 거대한 구조물을 맨손으로 지었다는 것보다 더욱 불가사의하다. 자유한국당이라는 이름에 마(魔)가 끼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진짜 신기할 정도로 집단이 되면 이성과 합리성 그리고 판단력이 마비된다.

얼마 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무릎을 꿇었지만, 이걸 비웃는 사람은 봤어도 진지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이렇게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 지난번 비상 의원 총회를 할 때도, 일부이긴 하지만, 골프 약속이 있으니 회의를 연기하자는 의원도 있었던 모양이다. 이쯤 되면 할 말을 잃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지금 자유한국당이 제일 몰두하는 것은 ‘남의 탓’이다. 나는 괜찮은데, 다른 사람들 때문에 망했다는 것이다. 이건 목도 안 좋고 장사도 잘 모르면서 영업하다 망했는데, 경기 탓을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걸 보면서 자유한국당이 다시금 일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상태로 가면 요샛말로 “백퍼(100%) 총선에서 폭망”한다. 총선 때가 되면, 어떻게 되겠지 하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지금의 정치 사회적 지형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일단 언론, 특히 방송이 보수에는 유리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일부이긴 하지만 방송에서 대놓고 보수 정당과 의원들을 희화화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의 한 형태인 팟캐스트는 ‘진보 천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진보가 정치 사회 팟캐스트를 거의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교육 권력도 진보가 독점한 상태가 됐다.

상황을 종합하면, 장기적으로 보수에 유리하지 않은 사회적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안다면 당연히 거기에 대비해야만 자신들의 정치적 미래가 보장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런 순간에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자기들이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이다. 물론 의원직까지 버리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자유한국당을 해체하고 무소속으로 있으라는 것이다. 그러다가 6개월 후, 혹은 1년 후에 다시 기회가 오면 당을 만들면 된다. 이런 정도의 충격적 방법이 아니면, 돌아선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자유한국당 앞에 존재하는 선택지는 두 가지밖에 없다. 한 가지는 지금처럼 우왕좌왕하다가 총선 때 몰살당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 당을 부수고 무소속으로 있다가 나중에 다시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다. 지금 아예 죽어 버리느냐, 아니면 지금 죽은 것처럼 보이더라도 나중에 살아날 가능성을 남기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자유한국당은 서 있다는 말이다. 조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현명한 판단을 하기를 바란다. 지금 자유한국당을 보면, 인생은 똑똑함이 아니라 현명함으로 사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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