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포함 정규인력 2명 불과…책임 ‘삼성운용’에 전가
최근 미국 현지기업의 금리연동 대출채권에 파산 위기가 발생한 사실을 늑장공시해 파문이 일었던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이하 템플턴투신)이 사태 수습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월 초 삼성액티브자산운용과의 합병을 앞두고 ‘시간 벌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템플턴투신 인력난에 해결의지 의구심=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템플턴투신 한국지사 내부 정규인력은 대표와 리테일총괄본부장 등 2명에 불과하다. 기존 인력이 전부 퇴사했기 때문이다. 주요 판매사들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통해 적극 해명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진정성에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문제가 된 펀드는 템플턴투신 본사가 운용 중인 ‘프랭클린 미국 금리연동 특별자산자’와 ‘프랭클린 미국 금리연동 플러스 특별자산자’ 등 2개다. 이 펀드들에 편입된 미국 기업인 Appvion이 작년 7월 파산 위기에 직면하면서 기업회생절차를 밟았지만 운용사는 이에 대한 설명을 누락했다. Appvion의 대출채권이 주식으로 전환된 지난 21일에서야 펀드 기준가 하락 공지를 통해 증권사들에 사실을 통보했다.
증권사들은 손실을 감수하고 관련 펀드를 서둘러 환매 중이다. 국내에서 판매된 펀드 물량은 약 22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사태가 발발한 21일부터 28일까지 이 중 약 10%가 환매된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한 증권사는 전액 환매하라는 내부지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 증권사 PB의 양심고백=시장 일각에선 펀드 포트폴리오 구성부터 리스크 방어에 취약하게 구성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뱅크론펀드의 편입종목이 30~40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뱅크론펀드 위험 분산을 위해 300개 이상 종목에 투자한다.
A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템플턴투신의 뱅크론펀드는 글로벌 명성 대비 유독 출시 이후 문제가 많다고 현장에서 거론됐다”며 “실제 연초 이후 성과도 저조하지만, 펀드 포트폴리오에 뱅크론 편입자산이 경쟁사 펀드 대비 적다”고 밝혔다.
최근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가 줄고 현금자산 비중이 40%를 넘어선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지난주 기준 프랭클린 미국 금리연동 특별자산자 펀드의 편입 종목은 8개, 프랭클린 미국 금리연동 플러스 특별자산자 펀드가 5개에 불과했다. 이는 최근 부진한 수익률의 원인으로도 추정된다. 지난 28일 기준 프랭클린 미국 금리연동 특별자산자 펀드의 수익률은 1주일 -4.75%, 1개월 -4.70%, 연초 이후 -7.10%이었다.
B증권사 PB는 “현금 비중이 높다는 의미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운용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라며 “채권펀드에서 편입할 수 있는 현금자산은 콜론 등에 불과한데 최근 펀드 수익률이 좋지 않았던 것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해외펀드 강화 행보에 악재=증권업계는 템플턴투신 인수와 함께 펀드들을 넘겨받게 된 삼성액티브운용의 부담이 커질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장 PB들 입장에선 이들 운용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액티브운용 입장에선 그동안 상대적으로 취약한 해외펀드 라인업 강화를 위해 합병을 결정하고 공을 많이 들인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이번 사태로 주요 판매사들과 투자자 신뢰가 크게 희석돼 정상화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템플턴투신은) 사태 발생 후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통해 적극 수습에 나서고 있다”면서 “회사 쪽에 합병 인가 전 문제를 완벽히 해결할 것을 당부한 만큼, 삼성이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