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고용노동부가 근로자 불법 파견 의혹을 받던 삼성전자서비스에 면죄부를 준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당시 고위공무원들과 감독대상인 사측의 은밀한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고용노동부 장관 자문기구인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의혹과 관련해 노동부 조사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조사결과를 30일 발표했다.
당시 고용부는 삼성전자서비스 AS센터에 대해 불법파견 의혹이 제기되자 같은 해 6월 24일~7월 23일 수시근로감독을 했다. 노동부는 근로감독을 한 차례 연장해 그해 9월 16일 '불법파견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개혁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1차 감독 당시 현장 근로감독관들은 '원청에서 최초 작업 지시부터 최종 평가에 이르기까지 하청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지휘·명령하고 있다'고 판단,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감독을 종료하려고 했다.
하지만 고위 당국자들이 개입하며 감독이 연장됐다. 1차 감독 마지막 날인 7월 23일 노동정책실장 주재 회의에서 고위 당국자들은 감독 연장 결정을 내렸고 '불법파견을 전제로 한 문구를 중립적 용어로 수정해야 한다', '노사관계에 미칠 파급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등의 주문을 했다.
개혁위는 이를 사실상 감독 방향 전환을 암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의에서 일선 근로감독관들은 '판단을 배제한 채 사실관계만 나열하라'는 요구를 받았고, 근로개선정책관은 '사측 입장을 잘 들어주라'는 취지의 서신을 감독관들에게 발송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연장된 감독기간 고용부가 사측과 감독결과를 놓고 협상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2차 감독 기간 중인 2013년 8월 9일 정현옥 당시 고용부 차관은 '원만한 수습을 위해 삼성 측의 개선안 제시가 필요하다'며 노동정책실장에게 고용부 출신 삼성전자 핵심 인사와 접촉하도록 했다. 이 지시에 따라 즉시 접촉과 제안이 이뤄졌다.
이후 8월19일 삼성전자서비스는 자신들의 개선안을 고용부에 전달했고, 8월28일 고용노동부는 '수시감독 관련 향후 추진일정안'을 통해 불법파견 판단 대신 자율개선을 끌어내는 방식을 제시했다.
12월 삼성전자서비스가 작성해 고용부에 제출한 '협력사 지원 추진 경과'는 과제 진행 현황 항목에서 고용부의 '개선제안내용'과 유사한 내용의 추진상황이 보고됐다.
개혁위는 "고용부는 사실관계에 따라 엄정한 감독을 해야 함에도 고위 공무원들이 나서서 감독 대상인 사측과 은밀하게 거래를 시도했으며 그 과정에서 수시감독을 통해 획득한 공무상 비밀이 사측에 유출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개혁위는 김영주 고용부 장관에게 △당시 노동부 고위 공무원들의 부당행위에 대한 유감 표명 △일부 혐의 사실에 대한 검찰 수사 촉구 △수사 결과에 따른 관련자 징계 및 명예회복 조치 등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