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 잡기 일변도의 정책을 펼친 가운데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의 가격 격차가 6년여 만에 최대로 벌어졌다. 국토교통부에 김현미 장관이 취임한 지 1년 동안 상위 20% 아파트가 평균 6300만 원 오를 동안 하위 20% 아파트는 100만 원가량 내린 결과다.
3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6월 ‘전국 평균 아파트 가격 5분위 배율’은 5.4배로 2012년 5월(5.4배)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5분위 배율은 아파트 가격순으로 5등분 해 상위 20% 평균가격(5분위)을 하위 20% 평균가격(1분위)으로 나눈 값이다. 이 수치는 고가 아파트가 저가 아파트보다 몇 배 비싼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배율이 높을수록 고가와 저가 간 가격 차가 심함을 확인할 수 있다.
전국 평균 아파트 가격은 상위 20%(5분위)가 올해 6월 6억3029만 원으로 지난해 동월(5억6745만 원)보다 6284만 원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하위 20%(1분위)는 1억1860만 원에서 1억1747만 원으로 113만 원 감소했다.
서울-지방 양극화가 고가와 저가 간 격차를 심화한 주원인인 것으로 풀이된다.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서울 아파트 시세는 7.13% 오른 반면 지방은 1.70% 감소했다.
지방과 서울 사이 아파트 가격은 점점 더 큰 폭으로 격차를 벌리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중과하기 시작한 4월부터 서울 아파트 가격은 안정세에 접어든 듯했으나 최근 다시 상승 폭을 확대 중이다. 6월 첫 주 0.02% 오르는 데 그쳤던 서울은 둘째 주에 0.05% 상승하더니 이다음 주 0.07%, 마지막 주 0.10%를 기록해 3주 연속 상승 폭을 키웠다. 반면 지방은 지난달 첫 주부터 마지막 주까지 0.09%, 0.10%, 0.11%, 0.12% 순으로 하락해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특히 마지막 주 하락률은 2012년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낙폭이다.
이에 지난달 21일 취임 1년째를 맞은 김현미 장관에게 남은 가장 큰 숙제는 서울-지방 양극화 해소라는 데 목소리가 모아진다. 김 장관은 지난달 25일 취임 1주년 오찬간담회에서 “지방 시장의 경우 조선산업 불황 등으로 지역경제가 어려워지거나 공급 과잉으로 침체에 빠진 곳이 있다”며 “일자리 정책 등을 통해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게 한다든지 공급을 조절할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양극화 해소를 위해 지역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1일 열린 ‘2018 부동산 시장 진단과 전망’ 포 럼에서 오지윤 한국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그나마 비수도권이더라도 광역시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만 중소도시는 힘들 것”이라면서 “중소도시는 인구이동도 심한 만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는 더 커질 수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