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선임안의 경우 의결권 주식 수의 4분의 1 이상, 참석 주주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대구은행을 100%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는 DGB 금융지주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보험(6.95%)이다. 이어 국민연금이 5.99%, 우리사주조합이 4.05%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세 주주가 모두 동의(16.99%)를 하더라도 의결정족수(25%)가 충족되지 않는다. 대구은행이 노조추천 사외이사 도입 문턱을 넘으려면 남은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
앞서 KB금융은 당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표를 던졌지만 70%가 넘는 외국인 주주들이 압도적으로 기권과 무효표를 던지면서 노조추천 사외이사제가 무산된 바 있다. DGB금융지주도 외국인 주주 비율이 64.9%에 달한다. 대구은행의 노조추천 사외이사 도입 역시 외국인 주주들의 의견에 달린 셈이다. 외국인 주주들에게서 이와 관련한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면 대구은행 역시 KB금융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세계 최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DGB금융지주의 노동자 추천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 어떤 의견을 내는지가 관심사다. ISS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외국인 주주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사실상 외국인 주주들은 ISS의 권고안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3월 KB금융지주의 정기주주총회에서는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선임되지 못했다. 찬성 표가 4.23%에 불과했다. 당시 주주들에겐 권 교수가 사외이사에 선임될 경우 '전체 주주 이익에 반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지금까지 민간 은행에서 도입된 적이 없다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실제 이날 주총장에서 한 일반 주주는 "다른 어떤 곳도 아직 도입한 곳이 없는데 왜 KB금융이 먼저 해야 하느냐"는 의견을 피력했다. ISS 역시 앞서 2차례 KB금융의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한편 금융노조,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노조추천 사외이사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주요 금융사들은 제도 도입에 부정적이다. 법에서 규정한 주주들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고 특히 노조를 중심으로 경영권 간섭이 심화돼 자율경영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