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은 현재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최근 정부의 ‘2030 국가 온실가스 로드맵 수정안’이 발표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3개 산업인 제1 금속, 화학, 정유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기존 국내 감축량 2억1880만 톤(t)에 추가로 5770만 톤을 감축해야 하는게 로드맵 수정안의 골자다. 이 3개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의 67.9%로 설비 감축 혹은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탄소배출권 시장에서도 이른바 ‘민스키 리스크’ 우려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민스키 리스크는 주식시장에서 나타나는 공포 상태를 말하는데, 금융리스크가 발생해 과도한 부채로 건전 자산까지 악화되는 현상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석유화학·정유업체들은 설비 투자와 바이오부탄올과 같은 대체에너지를 사용한 신사업에 뛰어들면서 각자 고심책을 마련해 왔으나, 문제는 신설비투자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설비에서 나오는 온실가스에 대한 배출권은 확보됐지만, 신규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기업에 주어진 선택지는 부족한 만큼의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는 방법이지만, 현재 국내 배출권 시장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감축량은 늘어나는데 기업들은 자사의 배출량을 위해 배출권을 꽁꽁 싸매고 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현 배출권 시장 문제의 원인으로 정보의 비대칭, 정부의 시장 간섭 등을 꼽고 있다. 이에 지난해 11월 24일 최고가인 2만 8000원을 기록한 탄소배출권은 정부가 로드맵 수정안을 발표하면서 다시 한번 요동쳤다. 허재용 포스코경영전문소 선임연구원은 “환경부가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기 전 시장에 ‘배출권 가격이 만 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알린 것과 달리 2015년 실제 개장 후 배출권 가격이 한번도 하락하지 않고 2만 1000원까지 솟구친 것처럼 배출권 시장의 불안정성은 정부의 불확실성이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블록체인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공공 거래 장부’라고도 불리는 블록체인은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 내역을 보여줘 보다 자유로운 시장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는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을 배출권 거래제도와 접목 시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힌 거래과정, 숫자 처리 기술이 한 번에 가능해져 비용·시간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UN도 기후변화와 블록체인의 결합에 나섰다. 지난해 5월 본(Bonn)에서 열린 기후 전문가들이 모인 UN기후변화 컨퍼런스에선 기후변화에서 ‘블록체인’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후 UN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후협약에 적용하기 위한 기후체인연합(CCC)를 결성해 탄소배출권을 거래하기 위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