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고독사,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문제

입력 2018-07-0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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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1월 영국 테레사 메이 내각은 ‘외로움 담당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새롭게 임명했다. “외로움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국민 건강에 해롭다”는 것이 임명의 변이다. 외로움과 고립을 개인의 불행 차원이 아닌, 사회적 전염병으로 대하겠다는 사회적 선언이었다. 또한 실태조사·기금 조성·시민단체 지원 등 국가가 ‘고독과의 전면전’에 나서겠다는 강력한 선전포고였다.

고독의 문제는 영국만의 일이 아니다. 이웃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 1인 가구 급증, 저성장 구조 고착화 및 대규모 실업 등 구조적인 변화로 각 개인의 존엄은 물론이고 나라 전체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이를 가장 상징적이고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고독사’다.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고독사 통계조차 없어 무연고 사망자 숫자로 고독사 현황을 가늠하고 있다. 2016년 기준 국내 무연고 사망자는 1232명이었다. 5년 전 대비 2배가량 급증한 수치다. 가족 또는 친척이 시신을 인수한 경우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실제 고독사 수치는 무연고 사망자 집계를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이마저도 확실히 믿을 수 없다. 기초 지자체별로 무연고 사망자를 집계하는 기준이 천차만별이라, 통계에 잡히지 않는 고독사도 상당할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고독사는 더는 독거노인 일부의 문제가 아니다. 1인 가구 급증세와 중년층의 실업자가 늘면서 고독사는 모든 연령층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2012~2016년 40~50대 중년층 무연고 사망자는 2098명으로 65세 이상 노인 무연고 사망자보다 586명 더 많았다. 또 40세 미만 무연고 사망자도 235명에 달했고, 해를 거듭할수록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청년층도 고독사 안전지대라고 볼 수 없는 현실이다.

노환으로 사망한 채 수년간 백골로 방치된 노인, 지병으로 홀로 투병하다 병사한 지 수개월이 지나서야 발견된 40대 남성,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이웃의 악취 신고로 시신이 겨우 수습된 청년 등 고독사는 우리 사회의 흔한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들이 죽음에 이르기 전, 국가의 제대로 된 현황 파악과 관심, 따뜻한 손길이 있었다면 적어도 그토록 불행한 죽음에 내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정부는 고독사 문제를 방관해왔다. 수년간 국회와 시민단체, 언론들은 고독사 예방을 위해 국가 차원의 실태조사와 정책이 필요하다고 수없이 지적해왔다. 하지만 첫걸음인 현황 파악에서도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문제를 또 한번 지적받고 작년 말 ‘고독사 TF’를 만드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1년이 다 되도록 고독사 통계 등 별다른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보다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향후 1인 가구의 급증과 고령화 심화, 사회 저성장 구조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국민이 사회적 전염병인 외로움과 고립에 못 이겨 비참한 죽음에 내몰리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체계적 접근이 시급하다.

고독사에 대한 범정부적 대책 및 1인 가구에 대한 체계적 지원책 마련을 촉구하는 ‘고독사 예방 및 1인 가구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법률안(고독사 예방법)’을 지난해 발의했다. 국가 차원의 고독사 실태조사 시행과 예방체계의 수립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골자다. 이 법안의 조속한 논의 및 통과가 필요하다. 법안을 계기로 범정부 차원에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죽음’이라는 고독사 문제를 풀어내는 논의를 해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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