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임원 11명의 사표를 수리하고 조직을 개편하는 등의 고강도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간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위해 총력전을 벌이던 DGB금융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앞두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입증하기 위한 ‘인적쇄신안’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DGB금융그룹은 4일 그룹 임원 인사위원회를 개최하고 DGB금융지주와 DGB대구은행의 총 15명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6월 초 DGB금융지주와 DGB대구은행 임원 17명 가운데 재신임된 6명에 대한 사표를 반려하고 나머지 11명의 사표를 수리했다. 조직도 기존 3본부 1소 10개 부서를, 5본부 1소 15개 부서로 개편했다.
김태오 회장은 “고객과 지역사회, 금융당국 기대에 부응하는 근본적인 인적 쇄신을 바탕으로 그룹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지역경제 부흥에 이바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트리플 베스트를 달성하기 위한 시발점으로 단행한 조직개편과 함께 100년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비은행 자회사 임원 인사와 DGB대구은행의 조직개편은 7월 중 실시할 예정이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지주 미래전략본부 △디지털·글로벌본부 △준법감시인 △DGB경영연구소 등의 임원은 공모를 통해 외부에서 영입된다. 비은행 자회사는 공모를 원칙으로 하고 이른 시일 내에 새로운 공모 방식을 통해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김 회장의 이 같은 인적쇄신은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위한 ‘걸림돌 제거’라는 측면이 강하다. 앞서 DGB금융의 하이투자증권 인수 작업은 금융감독원이 1월 심사서류 보완을 요구한 후 사실상 중단됐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형식상으로는 사업계획서 불충분을 내세웠지만 이면에는 지배구조 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후 김 회장은 지난달 1일 금감원을 방문해 비자금 조성과 채용비리 의혹 등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태를 수습하고 개선 조치를 취하겠다는 경영정상화 이행각서를 제출했다. 이날 이뤄진 윤석헌 원장과의 만남에서 김 회장은 DGB금융의 하이투자증권 인수 타당성과 관련한 입장을 전달했다. 금감원은 심사 과정에서 김 회장에게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DGB금융의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위해서는 아직 몇 가지 변수가 남아 있다. 대구은행은 대구 수성구청 펀드 손실 보전 사건 등 금융 법령 위반 사항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행정조치를 앞두고 있다. 외부 출신 회장이 인적 쇄신 과정에서 2014년부터 재임해 온 박인규 전 회장의 공고한 영향력을 밀어낼 수 있을지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