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故) 장자연이 생전 "나는 술집 여자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비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국일보는 "5048쪽에 달하는 장자연 사건 수사·재판 기록을 전수 분석했다"며 "이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장자연 사건' 수사와 관련자들의 각종 소송전을 거치며 작성된 것들로 상당수가 공개된 적이 없다"고 6일 밝혔다.
한국일보가 2010년 9월 10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공판 조서를 재구성한 내용에 따르면 장자연은 2009년 2월 28일 전 총괄매니저 유 모 씨가 독립해 차린 기획사를 찾아가 "요즘 많이 힘들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유 씨와 장자연은 근처 호프집으로 이동했다. 유 씨는 "자연이가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들이 하루에 손님을 몇 명 받냐'고 묻길래 '장사가 잘 되면 많이 받겠지만 하루 2~3명 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며 "그러자 자연이가 '그럼 나는 술집 여자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한국일보는 장자연이 2007년 소속사와의 계약 이후 일주일에 최소 두 차례 이상 술접대에 불려나갔다고 추측했다. 특히 소속사 대표 김 모 씨는 장자연에게 유독 오랜 시간 술자리에 머물게 했다고. 이에 대해 같은 소속사 후배 연기지망생이자 장자연과 친분이 두터웠던 윤 모 씨는 "일주일에 많게는 4일, 적게는 2일 기획사 대표로부터 연락받고 나갔다. 강남의 이름 있는 술집이어서 친구들이 술집에서 일하는 것으로 오해할 정도였다"며 "자연 언니도 같이 나오라고 하며 술접대를 했고 내가 먼저 집에 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김 대표는 장자연의 스케줄과 무관하게 술접대 지시를 내렸다. 장자연 지인 이 모 씨는 "김 대표가 드라마 '꽃보다 남자' 촬영 스케줄이 있던 장자연에게 태국으로 골프 치러 오라고 했는데 자연이가 거절하자 '많이 컸다. 일 그만하고 싶냐'고 하더라"고 밝혔다. 장자연이 태국에 가지 않자 김 대표는 장자연의 이동용 승합차를 촬영 하루 전 처분했다. 반면 김 대표는 조사에서 "본인이 거절의사를 밝히면 오지 않아도 되는 자리였다"며 보복성 처분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장자연은 술접대 강요가 자신에게 집중되는 것이 부모가 없었기 때문으로 여겨 더욱 괴로워한 것으로 전해진다. 장자연은 숨지기 4일 전 한 통화에서 "제가 부모님도 없고 저희 언니가 무슨 힘이 있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장자연이 방정오 TV조선 전무 등이 참석한 2008년 10월 28일 술자리에 다녀온 후 "어머니 제삿날인데 술자리에 갔다"며 차 안에서 서럽게 울었다는 매니저 증언도 확인됐다.
김 대표의 폭력도 장자연을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자신의 사생활을 다른 직원에게 얘기했다는 이유로 장자연을 손과 페트병으로 수차례 때렸다. 장자연 스타일리스트였던 이 모 씨는 "어느 날 장자연 눈가에 멍이 들어 있더라. 김 대표 폭력성은 당시 소문나 있어 '대표에게 맞았나'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실제 김대표는 상해와 폭력 혐의 등으로 일곱 차례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