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 직원들도 거리로 나섰다. '기내식 대란' 사태 수습을 촉구하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경영 퇴진을 요구하기 위해 6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촛불집회를 개최한 것이다.
이날 오후 6시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지부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를 열었다.
직원 300여 명(주최측 추산)은 가이포크스 가면과 선글라스,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자릴 채웠다. 특히 이날 집회에서는 문화제 시작에 앞서 지난 2일 기내식 대란 사태에 부담을 느끼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시아나항공 재하청 업체 대표를 추모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기준 아시아나항공 객실사무장은 얼굴을 가리지 않은 채 나와 "정말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회사였는데 어느 한 사람의 잘못된 의사결정과 그 사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판단 실수로 기내식 대란을 맞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사무장은 "더는 참지 않고 더는 굴종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모여 이 집회를 만들었다"며 "그 책임자가 잘못했다, 물러나겠다고 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외쳤다.
아시아나항공 노조위원장 출신 정의당 권수정 서울시의원도 "오늘도 우리 박삼구 회장께서 현장을 돌고 계시고, 관리자들은 '용모 복장 단정히 하고 환영하면서 맞이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며 "왜 잘못한 사람을 위해서 단정히 맞이해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이번 집회는 지난 1일 발생한 '기내식 대란'이 기폭제가 됐다. 기내식 대란은 아시아나항공이 케이터링 업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새 기내식 업체로 선정된 '게이트고메코리아'의 공장에 지난 3월 화재가 발생하면서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아시아나항공은 '샤프도앤코' 등 또 다른 기내식 업체와 단기 위택생산 계약을 맺었으나 일평균 2만5000~3만식이 필요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규모를 맞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예견된 사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대응하지 못한 채 문제를 키운 경영진에 대한 직원들의 분만이 폭발했고 직원들은 '침묵하지 말자'라는 제목의 익명 채팅방을 만들어 단체행동을 결의, 촛불집회 개최로까지 이어졌다.
직원들은 '침묵하지 말자', '아시아나항공 직원연대' 등의 이름으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익명 채팅방을 개설하고 박삼구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비리와 회사 측의 승객 '기만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한편, 이날 집회에는 대한항공 직원연대 소속 직원들도 항공사 유니폼을 입고 나와 연대의 뜻을 표했다. 대한항공 운항직원은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함께 힘을 합쳐 부도덕한 박삼구 회장을 상대로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 믿는다"면서 "우리는 항공사 연대라는 또 다른 세상을 열고 있다. 우리 삶을 제자리로 돌려놓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