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트러스트라이프스타일 사무실에서 공승배 대표를 만났다. 35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부동산 중개시장의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공 대표는 지난 2015년 ‘변호사 복덕방’, ‘수수료 99만 원’이란 콘셉트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후 작년 말까지 공인중개사들과 업역 침해 여부를 놓고 법적 공방을 펼치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결국 올해를 맞이하기 전, 별도의 부동산 중개법인을 세우면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하나의 법인에서 중개업무와 법률 자문을 동시에 제공한 기존 방식에서 중개업무, 법률자문을 각각 나눠 제공키로 결정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는 소송 공방을 마친 후 오롯이 ‘트러스트’ 업무에 집중했던 시간이었다. 공 대표는 소송 전과 비교했을 때 문의 건수가 3배 이상 늘었다며 소비자의 시선 변화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공 대표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보면 변호사는 소송할 때 찾는 사람이다. 기존 법률자문이 기업고객에 일변도다 보니 자문에 있어서 개인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접점이 없었다”며 “M&A 딜을 자문하는 변호사 입장에서 개인 간의 거래인 자산양수도 딜이라는 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접점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주택거래 시 등기부등본이 압류, 근저당 설정 등 복잡하게 얽혀 있을 경우 트러스트만의 경쟁력이 발휘된다.
공 대표는 “최근에 압류, 가압류, 가처분, 근저당 등 여러 가지가 걸려 있는 매물이 있었는데 살펴보니깐 해결할 방법이 있었다”며 “위험에 노출되는 기간을 고려해 거래구조를 설계하니까 간발의 차이로 거래를 맞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 중개사를 두고 거래할 때와 달랐다는 얘기를 들어 저로서 뿌듯했다”며 “기존 중개방식에서 소비자들이 목말라하는 부분을 확실히 해갈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인식 변화는 동료 변호사들한테서도 나타났다. 공 대표는 “부동산 시장을 묻는 변호사들이 제법 있다”며 “미처 못 봤던 길이 새로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들다 보니깐,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문의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공 대표는 “처음에는 아파트만 거래했었는 데 갈수록 상가, 오피스, 토지 등 다양한 문의가 들어 온다”면서 “최근에는 해외 법인에서 한국지사 직원 30명이 지낼 수 있는 사택을 알아봐달라는 문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부산, 수원 등 일부 지역에 지점을 마련한 공 대표는 연내 10개 지점을 목표로 삼고 있다. 3분기에는 수도권에 1~2개 지점을 추가로 세울 계획이다.
공 대표는 장기적으로 해외 지점 개설도 목표로 세우고 있다. 그는 “싱가포르 등 해외로 발령이 났을 때 현지에서 월세를 구해야 할 경우 보증금과 월세를 조율하는 ‘트러스트 스테이’ 서비스를 제공하면 해외 진출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그림이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공 대표는 부동산 중개시장에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위기가 정착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공 대표는 “거래 과정이 불안하면 변호사를 찾으면 된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기존엔 공인중개사만 있었지만 앞으로는 변호사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는, 또는 다른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나타나 서로 잘하려고 애쓰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