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 ‘조력자’냐 ‘포식자’냐…국민연금에 쏠린 눈

입력 2018-07-1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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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이달 말부터 시행…주총 주주제안·임원 후보 추천 등 가능

문재인 정부 들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지배구조 개편,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숨 돌릴 틈 없이 달려온 대기업들이 다음 달 스튜어드십 코드와 맞닥뜨리게 됐다. 노후자금 626조 원을 주무르는 자본시장의 큰형 국민연금을 필두로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잇달아 도입하면서 국내 주요 기업에 대한 영향력 행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10일 정재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은 이달 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26일이나 27일 장관 주재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스튜어드십 코드 안건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관련해 “이해관계자와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지침 제·개정안을 마련하고, 기금위원회 의결을 거쳐 도입을 선언해 이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강조해 온 만큼 시기가 늦춰지진 않을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이 자금 운용을 위탁한 운용사를 비롯해 100곳 넘는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동참하게 된다. 현재까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을 통해 참여를 공표한 기관투자자는 52곳이다. 참여 예정이라고 알린 기관투자자도 49곳에 이른다.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 예정인 기관투자자들은 보험사와 자산운용사, 사모펀드(PEF)운용사, 증권사, 투자자문사, 서비스기관, 은행 등 다양하다. KB국민은행과 IBK투자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 유안타인베스트먼트, DGB자산운용, KB생명보험 등 굵직한 곳들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기관투자자들은 주주권 행사에 있어서 보다 강력한 목소리를 내게 된다.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의 역할을 수행하고,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인 국민이나 고객에게 보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 격인 국민연금의 경우 책임투자를 위해 기업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이나 중점관리 사안을 제시하고, 기업 지배구조 관련 제도 개선 등 다양한 유형의 주주활동을 할 수 있다. 또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하거나 임원 후보를 추천하고, 위임장 대결을 벌이는 등의 적극적인 주주활동이 가능하다.

주주 대표소송이나 집단소송을 포함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참여할 수도 있다. 당장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기업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는 상황이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298개나 되는 기업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국민연금이 주주제안 등을 통해 해당 기업들에 배당 확대 등을 건의한다면 큰 압박이 될 것”이라며 “또 승계 작업 등이 오너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일방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그 과정에서 주주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 사항이기도 했던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는 최근 금융위원회가 공적연기금에 한해 ‘5% 룰’ 적용을 완화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그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실례로 국민연금은 최근 대한항공에 경영관리체계 개선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뒤 경영진과의 비공개 면담을 요청했다”고 부연했다.

5% 룰은 상장사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투자자가 지분 변동이 있을 경우 5일 이내에 보유 목적과 변동사항 등을 공시하는 규정을 말한다. 5% 룰 완화 시 공시에 대한 부담 완화로 공적연기금이 의결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이런 이유로 연금 사회주의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민간기업에 국민연금이 기금을 투자했다고 정부가 공기업처럼 인식하고 관여하는 건 안 된다”며 비판했다.

긍정적 평가 역시 공존한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이 임박한 가운데 적극적으로 주주권한을 행사하는 운용사도 등장했다”며 “주주권한 행사 대상이었던 컴투스와 광주신세계 등은 양호한 주가 흐름을 연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스튜어드십 코드는 조만간 현실이 되는데, 배당 증가 정도의 아이디어로는 본질적인 변화를 쫓아가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투자 아이디어는 주요 기관투자자의 지분율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절대적이지 않은 기업을 찾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바람직한 지배구조는 회사의 가치, 주주의 가치가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상장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관측했다.

이 연구원은 “지주회사 지배구조 개선으로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배분하게 되면서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주회사는 여러 상장기업들을 자회사로 두고 있기 때문에 지배구조 개선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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