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자본잠식 롯데피에스넷 유증, 롯데기공 ATM 사업 끼워넣기 배임"
롯데그룹 경영 비리 의혹으로 기소된 신동빈(63) 회장 측이 "검찰의 수사는 잘못된 전제로 이루어진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 부장판사)는 1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에 대한 항소심 8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혐의를 반박하며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자동입출금기(ATM)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업무 없이 롯데기공을 사업에 끼워 넣어 이익을 챙긴 혐의와 관련해 신 회장을 배임 행위의 주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롯데기공이 계약 중간에 끼어 이익만 추구했다는 것을 신 회장이 몰랐다는 것은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며 "신 회장 지시에 따라 끼워넣기 행위가 이뤄졌기 때문에 배임의 주체라고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검찰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ATM 제조·공급업체인 롯데피에스넷을 92억 원에 무리하게 사들이고 유상증자한 것에 대해서도 배임 혐의로 판단해 기소한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롯데피에스넷을 사들이고 유상증자하기로 한 것은 신 회장과 정책본부의 일방적인 결정이었고, 손해는 주주들이 감당했다"며 "경영판단에 따라 손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적어도 절차적 과정이 담보되지 않은 일방적 경영판단에 대해서는 배임 행위로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신 회장 측 변호인은 "ATM 사업은 신 회장이 마음대로 결정한 게 아니다"며 "외국 컨설팅 회사의 의견과 사업 관련 TF를 구성할 때 롯데정보통신, 롯데닷컴 등이 참여에 의사결정에 관여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따른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ATM을 편의점에 깔고 재무구조만 개선되면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했는데, 이 단계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라며 배임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수사는 (검찰이) 신 회장을 타깃으로 광범위하게 벌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1심은 신 회장 등이 2009년 9월~2012년 5월까지 ATM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업무 없이 롯데기공을 끼워 넣어 총 39억3000여만 원의 이득을 준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주주와 경영진 간 갈등을 정리하기 위해 롯데피에스넷 지분을 인수한 것이고 유상증자 결정도 합리적인 경영판단의 재량범위를 벗어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신 회장에게 징역 1년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신 회장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서미경 씨 모녀에게 일감을 몰아주거나 부실화한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계열사를 동원하는 방식 등으로 회사에 1249억 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신격호 명예회장과 함께 신동주 전 부회장 등에게 500억 원 상당의 급여를 부당하게 준 혐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