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사원에게 낮은 직급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후 계약을 만료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0부(재판장 한창훈 부장판사)는 16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경영 악화로 계약직 사원 A 씨에게 직급과 연봉을 낮추도록 제안할 수밖에 없었다는 코레일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회사의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코레일에는 A 씨의 원래 직급에 맞는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로 수행해야 할 사업이 여전히 있었고 A 씨의 계약만료 후 해당 업무를 맡을 직원을 따로 채용하기도 했다"며 "이에 비춰볼 때 코레일은 A 씨에 대한 계약 연장을 거절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A 씨가 근무실적 평가에서 계약연장의 기준 점수인 70점을 넘지 않아 계약을 만료했다는 코레일 측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A 씨와 코레일이 맺은 채용 계약서에는 근무실적에 따라 계약을 연장하거나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재판부는 "코레일은 A 씨의 근무실적을 평가할 때 평가위원들에게 '업무성과목표'에 대한 '단위목표'와 '성과측정기준'을 제공하지 않아 근무평가가 세부적인 평가 기준에 따라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A 씨는 이 사건 이전에 코레일과 한 차례 계약을 연장한 적이 있다"며 "당시에는 70점을 초과한 점수를 받았는데 상급자의 평가가 왜 갑자기 낮아졌는지 구체적인 사유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약 기간 만료 직전 연도에는 표창장까지 받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코레일은 A 씨가 근무실적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더라도 낮은 직급으로 전환하라는 회사의 제안을 거절할 경우 애초부터 채용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2012년 4월 코레일에 전문직 계약직 사원으로 입사해 두 차례 계약을 연장한 A 씨는 계약만료를 두 달 앞둔 2016년 2월 회사로부터 현재 직급보다 낮은 일반직으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갱신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A 씨는 급여는 줄여도 직급은 낮출 순 없다며 회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사는 2016년 4월 A 씨에게 계약 만료를 통보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A 씨에 대한 계약만료 통보가 곧 부당해고라고 판단했으나 코레일은 이에 불복해 지난해 중노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