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부담 완화 ‘서울페이’ 연내 도입… 카드사 “불공정한 경쟁… 업계 치명타”
박원순 서울시장이 ‘결제 수수료 0%’ 실현에 나섰다.
서울시는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제로 결제서비스’를 연내 도입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시가 구상한 결제시스템은 구매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금액이 바로 이체된다는 게 핵심이다.
결제과정은 QR코드로 이뤄진다. 소비자는 스마트폰 앱으로 매장에 있는 QR코드를 찍고 결제금액을 입력하고 전송하면 된다. 직접 금액을 이체함으로써 카드수수료, 부가통신사업자(VAN사)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 또 소비자가 스마트폰 결제 앱을 실행해 본인의 QR코드를 판매자에게 제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판매자가 가맹점에서 쓰던 기존 결제단말기의 QR리더기에 소비자의 QR코드를 인식하면 역시 결제대금 이체를 할 수 있다.
박 시장의 ‘서울 페이’ 계획에는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11개 은행, 카카오페이, 네이버 등 5개 민간 결제 플랫폼 사업자 등이 참여했다.
서울시는 결제 플랫폼 사업자 및 은행과 공동으로 기본 인프라에 해당하는 ‘공동QR’을 개발하고 ‘허브시스템’을 구축 및 운영할 계획이다. 하나의 QR코드로 결제가 가능해지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방안이다.
박원순 시장은 “국내 경제의 30%를 책임지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희망을 갖지 못하면 우리 경제에 미래가 없다”며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 제로 결제서비스가 도입되면 지갑을 여는 대신 스마트폰만 꺼내면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살리고 건강한 지불문화를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카드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26일 “서울페이는 정부 예산이 투입된 시스템”이라며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우리와 싸움이 안 된다. ‘공공 Vs민간’의 경쟁 구도가 공정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신용카드업계는 이번 조치가 △소득공제율 차이 △의무수납제 폐지 △마케팅 여력 약화 등과 맞물리면서 업계 전체에 치명타를 입힐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소득공제율 40% 혜택이 가져올 효과다. 기존 신용카드 결제 공제율(15%)보다 3배 가까이 높다. 텅텅 빈 곳간 탓에 포인트 등 혜택을 줄이고 있는 카드사들은 충성고객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수수료율이 제로(0)에 가까운 결제방식이 등장함에 따라 카드 수수료율을 더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질 수 있다.
무엇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결제대행 수수료로 먹고사는 밴(VAN·결제대행)사다. 소비자와 판매자를 직접 연결하는 ‘계좌 대 계좌’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 카드사는 밴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결제를 진행할 수 있다. 결제대행 수입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서울페이는 대형 결제플랫폼을 이용하는 데다, 정부 예산까지 투입됐기 때문에 민간 페이 업체들보다 시장 진입 속도가 더욱 빠를 것”이라며 “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