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26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4300억 원에 달하는 즉시연금 미지급금에 대한 일괄지급 여부를 결정한다.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한꺼번에 목돈(보험료)을 내면 보험사가 이를 운용해 매달 이자를 생활연금으로 지급하고 만기 때 원금을 돌려받는 상품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삼성생명 가입자 A씨가 "연금 수령액이 계약보다 적다"며 금감원 산하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지난 2012년 삼성생명 즉시연금에 10억 원(10년 만기)을 넣었다. 약관의 최저보증이율은 2.5%였다. 그는 아무리 금리가 떨어져도 매달 208만 원은 받겠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손에 쥐어진 돈은 130여만 원뿐이었다. 보험사가 원금에서 사업비와 위험보장료를 떼고,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내용이 약관에 명확히 담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약관에는 "연금계약 적립액은 보험료,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다"고 명시돼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기치로 내건 윤석헌 금감원장은 시범 운영 중인 일괄구제카드까지 꺼내들며 보험사를 압박했다. 전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일괄구제가 안 될 경우 일일이 소송으로 가야 하므로 행정 낭비가 많고 시간이 지나면 구제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일괄구제로 가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의 결정을 앞두고 타 보험사들도 좌불안석이다. 현재까지 파악된 규모는 삼성생명 4300억 원, 한화생명 850억 원, 교보생명 700억 원 등으로 추정된다. 최대 1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금감원은 보험의 원리를 무시한 해석을 펼치고 있다”며 “일괄구제 제도가 도입되지도 않았는데 삼성생명이 ‘백기’를 들어버리면 당국은 앞으로도 비슷한 사례에 대해 ‘소비자 보호’를 주장하며 우리를 압박할 것”이라고 우려했다.